[사설]

KTX오송역 전경 /중부매일DB
KTX오송역 전경 /중부매일DB

최근 KTX오송역 이름 인지도 조사결과가 나왔다. KTX오송역 명칭 개정 시민위원회가 여론조사업체 엠앤엠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68.8%가 'KTX오송역'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송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벌써 8년째지만 아직도 역사(驛舍) 이름을 아는 사람이 훨씬 적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놀랄 일도 아닐뿐더러 새삼스럽지도 않다. 역사 준공 때부터 명칭논란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오송이 상대적으로 생소하고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타시·도 승객들은 아직도 오송역이 충남이나 세종시에 속해 있는지 아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역위치가 다른 지역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응답자가 무려 60.5%에 달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4년 전 이승훈 전청주시장 취임직후부터 오송명 이름을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전시장도 이 문제에 관해 수차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5년 3월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송역 개명 논란을 무작정 끌 순 없다"며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 논란을 마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된 그해 4월은 역사명칭변경의 결정적인 기회였지만 이 전 시장은 오송읍 직능단체 대표들이 반발하자 주민동의가 먼저라며 입장을 바꾸었다. 2017년 6월30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시장은 "지난 3년 동안 청원 지역에서 많은 신뢰를 얻었고 직능단체 등 여론 주도층과는 (오송역 개명에 대한)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으며, 시민들 대다수가 개명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장은 "세종역 문제가 남아 있어 당장 추진할 수 없다"며 엉뚱한 논리를 들이대며 시간을 끌었다. 타 시·도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인근 '세종역' 신설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역 이름 변경에 적극 나서 역의 위상을 강화시켜야 했지만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청주시의회는 청주시가 오송역 명칭브랜드 효과와 명칭 결정 여론조사를 위한 사업비를 추경예산에 반영했지만 지역주민 갈등을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근시안적인 사고가 오송역 명칭변경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무소신 행정이 얼마나 소모적인 논쟁만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공직자들에겐 님트(NINT·Not in my term)병(病)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임기 중에는 조금이라도 골치 아픈 현안이라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으려는 보신주의자들이다. 물론 청주·청원 통합처럼 사안에 따라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론을 통합하고 절차를 꼼꼼히 거쳐야 할 정책도 있다. 하지만 역사 개명의 필요성이 줄기차게 대두됐는데도 불구하고 특정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해 4년째 시간을 끈다면 지역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청주시는 오송역사 개명이 아니더라도 더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산적해있다. 청주시가 님트병부터 치료하지 않는다면 예산낭비, 시간낭비로 지자체 무한경쟁 시대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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