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으로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 공약을 맞추려면 올해와 내년에 각각 15.2% 정도는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 같은 인상속도로는 공약을 지키기 어렵다고 문 대통령도 인정하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2년간 최저임금 인상폭 29%를 놓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대다수 의욕을 잃거나 격앙된 분위기다. 청와대의 인식과 전혀 다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무엇보다 귀조노조라는 말을 듣는 한노총과 민노총 출신 9명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중 근로자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최저임금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소상공인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이런 식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앞으로도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하반기 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주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지난 16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중소기업인들과의 긴급 간담회는 '개선요구와 건의'의 자리가 아니라 아예 최저임금 성토장이 됐다. 정용주 경기가구조합 이사장은 "장관께서 중소기업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섬유, 도금, 주물 등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떠냐"고 날을 세웠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노동계만 대변하는 공익위원 임명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내년 최저임금 협상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고 쓴 소리를 토해냈다. 하지만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인들과 자영업계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집착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있다.
문제는 하반기 경제가 더욱 불투명해 졌다는 점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조차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초만 해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은 단기적이라고 분석했으나 단견(短見)으로 드러났다. 정부 내에서 조차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충격이라는 말이 나온데 이어 이젠 향후 경제운용에 부담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은 통 크게 올린 뒤 일자리 안정자금을 정부에 요구했다. 고용주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업체에 혈세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학자들 입에서 조차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금으로 막는것은 한계가 있을뿐더러 부작용도 만만치않다. 자칫하면 일자리 안정자금이라는 제도를 악용하는 '좀비 자영업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바닥으로 가라앉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 경제부총리 조차 하반기 경제에 불안감을 감추지 않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 부친다면 고용악화는 심화되고 한국경제는 장기침체로 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연착륙 시키려면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