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비틀거리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부터 시작된 세계화의 파고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과 최근 한·칠레간 자유무엽협정의 체결로 우리나라의 농촌은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한때 농업도를 지향했던 충북도인 관계로 이에따른 충북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대봉」이란 말로 바뀔정도로 자조적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충북의 농업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농업생산 기반이 송두리채 흔들린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복숭아, 포도 등 과수농가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산 과일이 수입될 경우 1만여가구에 이르는 재배농가들이 해마다 수십억원의 소득감소를 감수해야 할 판이다.
 경쟁의 논리를 도입하여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품종개발로 고품질의 과일을 내놓는 방안이 있긴하나 워낙 가격 차이가 심하다 보니 이 방안도 탁상공론이나 한계점에 부딪힐 그칠 공산이 크다. 포도의 경우 칠레산은 국내산 가격의 3분의1 정도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고품질 과일을 생산한다 해도 소비자가 비싼 우리 과일을 선택한런지 의문이 간다. 한마디로 한·칠레간 과일전쟁은 승산없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세계화, 무역자유화의 시대적 조류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산품, 첨단제품을 팔고 그 댓가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한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농촌회생의 뚜렷한 대안도 마련치 않고 일방적으로 농촌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식의 거래방식은 옳지 않다고 본다. 공산품을 판매하여 얻는 이익의 일부라도 농촌에 투자하여 농촌회생을 돕는다든지, 국내 농산물 값이 폭락할 경우 그 차익분을 보전해 주는 여러 정책이 펼쳐져야 도·농간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도·농간 소득격차는 자꾸 벌어지고 있다. 도시는 점점 비대해지고 농촌은 그 반대로 피폐해지고 있다. 조합빚에다 비료값, 농약값을 제하고 나면 자기 뼈품도 안나온다고 농민들은 항변한다.
 한때 농촌으로 유턴하던 젊은이들이 다시 도시로 역유턴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농촌에서 죽도록 일해봤자 자녀교육이 어려운 것은 물론 먹고 살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촌엘 가보면 젊은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구경하기가 어렵고 노동력이 취약한 노인층이 대부분이다.
 빚이라도 없으면 땅뙈기라도 열심히 일궈보겠는데 통계가 말해주듯 농가 한가구당 부채가 2001년 기준 2천37만6천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주 여의도 둔치에서 열린 「우리 쌀 지키기 농민대회」에 충북에서도 2천여명이나 참석했다.
 산업구조의 개편으로 농업의 중요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나 먹지않고는 살 수 없는 일이다. 최소한 우리의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하는 선만이라도 지켰으면 한다.
 충북도가 편성한 내년도 농업관련 예산은 전체의 7.7%인 1천1백87억원에 그치고 있다. 농심 달래기 수준의 배려가 아닌, 실질적인 농촌회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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