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상급식 분담률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27일 충북체육회관에서 열린 대의원총회에 참석한 가운데 이 지사는 피곤한 듯 눈을 비비고 있고 김병우 교육감은 회의 중 천장을 한동안 응시하며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오후 이시종 지사를 비롯한 충북지역 11개 시·군 단체장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 식품비 75.7%만 부담하겠다"며 기존입장을 재차 밝히며 김병우 교육감을 압박했다./신동빈
무상급식 분담률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27일 충북체육회관에서 열린 대의원총회에 참석한 가운데 이 지사는 피곤한 듯 눈을 비비고 있고 김병우 교육감은 회의 중 천장을 한동안 응시하며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오후 이시종 지사를 비롯한 충북지역 11개 시·군 단체장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 식품비 75.7%만 부담하겠다"며 기존입장을 재차 밝히며 김병우 교육감을 압박했다. 2016. 01. 27/신동빈

내년부터 충북에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이 시행된다고 한다.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 지난 지방선거에서 모두 고교 무상급식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분담률이 늘 변수가 된다. 이미 지난달 옥천군에선 충북에서 처음으로 전면적인 고교 무상급식이 시작됐다. 옥천군은 관내 유치원·초·중학교·고교의 원아와 학생 4천437명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친환경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옥천군 전면 무상급식도 운영·인건비를 제외한 순수 식품비의 75.7%를 군과 도가 6대 4의 비율로 분담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의 예산만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충북은 지난 2011년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무상급식을 시작한 모범 자치단체다. 무상급식은 충북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폭넓게 실시됐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무상급식 분담금 문제를 놓고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이 끊임없이 갈등과 대립을 빚다가 학부모들의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1년여 만에 간신히 매듭을 지었다. 고교 무상급식으로 확대하면 재원 분담비율을 놓고 충북도와 또 충돌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고교 무상급식은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책이다. 충북학교 학부모연합회가 지난 5월 도내 10개 시·군 학부모연합회 회원 3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2.7%가 고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원했다. 학교에서 자녀들에게 공짜로 밥을 제공한다는데 마다할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서민가계엔 학교 급식비도 부담이 된다. 또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엔 도시락 싸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친환경 먹 거리로 학교에서 배불리 식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은 소중한 교육복지다.

하지만 관건은 재원(財源)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이지사와 김교육감은 모두 초·중 특수학교 무상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이 쓰이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공약한바 있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서로 분담률을 낮추기 위해 심한 기(氣)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양측이 협상할 때마다 상대방에게 양보를 요구하고 아전인수(我田引水)격 논리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시간만 질질 끌었다. 그래서 선거 땐 당선만 바라보고 온갖 생색을 다 내다가 막상 예산을 분담 할 땐 딴소리를 하는 단체장들의 이중적인 행태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도교육청은 내년 전면실시에 앞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부터 충북도와 무상급식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에 전면 무상급식이 원만하게 시작되려면 분담률에 대해 사전에 깔끔하게 정리해 불필요한 행정력과 시간낭비는 물론 감정싸움을 막아야 한다. 무상급식의 취지는 한창 성장할 연령대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눈치안보고 마음껏 점심을 먹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두 번 다시 소모전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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