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를 통한 유력한 두 대통령 후보간의 단일화」라는 초유의 정치실험 제1막이 내려졌다. 이로써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 21 대표가 이루어낸 후보단일화가 제16대 대통령선거의 명운을 가를 주요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정치사는 물론 세계정치사에도 유례가 없는 일대 해프닝으로 불리기도 하는 후보단일화는 그 의미와 평가에 있어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있다. 우선 「반창연대」의 과녁인 한나라당은 「정치폐물들에 의한 정치적 야합」이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 두 후보의 지지세력 중에서도 집권지상주의에 입각한 무원칙하고 비도덕적 행위라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지지를 철회하는 사례도 관찰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숱한 돌발변수가 기다리고 있는 대선국면에서 이 실험이 국민의 지지를 얻으며 궁극적으로 성공할 것인가를 지켜봐야하는 과정도 남아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밤 두 후보간의 극적인 단일화 합의에 이어 22일 TV 토론, 25일의 노무현 단일화후보 확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들에 많은 국민들이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노무현, 정몽준 후보간의 단일화 논의 자체가 대선정국의 조정과 개편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반영한 것이었음을 충분히 방증한다.
 사실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시한폭탄처럼 양자필패와 공멸의 위험성이라는 뇌관을 지니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정치적 지지를 통해 적법하게 선출된 국민경선 후보가 당내 역학관계 때문에 타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 내몰리는 상황 자체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수는 없었으며, 합의 번복과 줄다리기로 이어진 지리한 협상과정 또한 지켜보는데 적잖은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선거 출마라는 지상과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전제가 패자에 의해 수긍될 수 있을 것인가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25일 새벽 노무현 단일후보 확정에 이은 정몽준 대표의 결과 승복, 그리고 이에 이은 두 후보의 정책조율과 선거공조를 위한 협의 다짐은 단일화 과정에 쏟아졌던 의구심은 물론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 일반의 고정관념마저 흔들 만한 충격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국민들은 협상에 필요한 정당성과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 밀실야합들만을 보아왔다. 궁극적으로 결과에 승복할 의지도 없으면서 전략적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지만 결국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파국을 초래하는 행태들을 보며 번번이 치솟는 분노와 씁쓸한 냉소, 징글징글한 환멸을 멍에처럼 안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란히 손을 맞잡은 승자와 패자의 모습으로 1막을 마감한 후보단일화 실험은 약속이 지켜지는 한국정치의 변화상에 대한 희망을 국민들에게 안겨준다. 과정에서의 의도야 어찌됐든 합의점 도출을 위해 끈질기게 협상했으며, 합의된 게임의 규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뛰었고, 그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한 것은 정치가 한낱 야바위꾼들의 분탕질과 치졸한 땅뺏기 싸움만은 아니며 「선」을 향한 아름다운 장정일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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