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스피커의 파열음이 짜증스럽게 들린다.
 제 16대 대통령선거를 16일 앞두고 어느 정당의 거리유세가 아파트가 밀집된 곳을 찾아와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것이다. 벌써 목이 쉰듯한 연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는, 또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꼭 우리당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관심이 별로 없는듯 무표정한 얼굴이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 대통령 후보들을 비롯 각 정당의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들을 향해 내뱉고 있는 「말·말·말」들을 듣거나 언론보도등을 보면 아직도 우리의 정치는 지연과 학연에 혈연을 앞세운 지역감정에 의한 정치, 꼼수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세월 질곡의 정치사 속에서 수십년동안 그렇게도 외쳐왔던 부정부패와 세대교체등의 주장이 아직도 유효하고 정정당당한 정책의 대결보다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는 곳이 우리의 정치판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또 기름이 뿌려졌다.
 동전의 양면같은 도청공방이 그것이다. 한쪽에선 도청이 이루졌다며 내용을 폭로하고 또다른 한쪽에선 아니다 조작이다라고 맞서고 있어 이를 듣는 국민들만 헷갈리고 있다.
 혹시 「나도…」하는 불안감 속에서.
 그런가 하면 「배신」이란 명찰을 달고 설자리를 잃은 어느 정치인은 또다시 예의 괴변같은 주장을 앞세우며 부러진 날개를 퍼덕 거리고 있는 모습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며, 또 이를 받아들이려는 노쇠한 정당도 있는듯해 국민들에게 정치의 혐오감만 더해주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같은 정치권이나 정치꾼들의 작태를 보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읽었던 글귀가 문득 생각난다.
 나뭇잎이 떨어진 늦가을의 어느 숲 속에서 땅에 떨어진 도토리들이 서로 제키가 크다며 입싸움이 벌어졌다. 그 자리에 더토리란 놈이 나타나 나는 도토리의 「도」자 항렬보다 높은 자리인 「더」자 항렬이기 때문에 내키가 제일크다고 으시댔다.
 그러자 다토리란 녀석이 나타나 「더」자 보다 항렬이 위라고 거드름을 피웠다. 이에 질세라 마른기침 소리를 내며 나타난 놈은 나토리. 이 나토리 왈, 다줄보다 나줄이 앞줄이기 때문에 도토리나 더토리 다토리 너희들은 나보다 작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도토리들의 키재기 싸움은 그칠줄을 몰랐다.
 이때 나무꾼이 나타나 도토리들의 키재기 싸움을 한참 듣고 있다가 너희들은 모두 키가 똑같다고 하자 그때서야 도토리들의 키재기 싸움은 끝이 났다.
 자기만 잘 난줄 알고 자신의 이익과 손해에만 곧잘 혈안이 되는 우리들의 나쁜습성을 풍자하는 우화만 같은 이「도토리 키재기」이야기의 글이 오늘 우리의 정치현실을 바라보며 생각났다는 것이 웬지 씁스레할 뿐이다.
 고만고만한 도토리들이 내 키가 더 크다고 큰소리 치고 우겨대며 으시대는 도토리들의 싸움이 우리의 정치판과 무엇이 다른가.
 도토리들의 싸움을 끝낸 나무꾼의 역할은 이제 유권자들의 몫이다. 깨끗한 한표로 한심한 도토리들의 정치가 끝나도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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