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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거스키 작 '무제5'. 1997

필자는 지난 연재 말미에서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강'을 2차원적 평면에 인화된 사진이라는 '평면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고 중얼거렸다. 평면성? 필자는 '사진의 평면성'을 말하기 전에 아니, 사진의 평면성을 말하기위해서라도 '회화의 평면성'을 먼저 언급해야만 할 것 같다. 서양미술사에서 말하는 '회화의 평면성'은 한 마디로 '회화는 평평한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장구한 서양회화사는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세계를 재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장구한 서양의 회화사는 그림이 그려지는 '미디어'에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와이? 왜 서양의 화가들은 그림이 그려지는 바탕에 주목하지 못한 것일까? 혹 서양의 화가들에게 회화라는 '매체'는 그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단지 '소도구'로 간주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1950년대 미국의 화단에 미술평론가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평면성(flatness)'이라는 '무기'를 들고 나타났다. 그린버그의 '회화의 평면성'은 그동안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던 회화의 '미디어'에 주목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그는 회화가 그려지는 '바탕'에 주목했다고 말이다. 그린버그의 '평면성' 논리는 장구한 서양미술사가 추구했던 3차원적 세계를 2차원에 옮겨놓는 재현주의에 똥침을 놓았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1990년대 말 '사진의 평면성'에 주목한 사진작가가 등장한다. 그가 바로 안드레아스 거스키이다. 당 필자, 사진의 평면성을 언급하기위해서라도 거스키의 또 다른 사진작품 2점을 사례로 들어보도록 하겠다. 2002년 $559,724(약 7억 1천만원)에 팔린 일명 '나이키 타운(Nike Town)'으로 불리는 '무제5(Untitled 5)' (1997)와 2007년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3,346,456(약 38억 5천만원)에 낙찰받은 일명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99센트(99 Cent)'(2001)가 그것이다.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나이키 타운'은 흔히 명품매장에서 볼 수 있는 진열대의 모습이다. 그렇다! 그것은 나이키 매장에 진열된 신발들을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거스키의 '나이키 타운'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가? 머시라?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고요? 만약 당신이 그 진열대를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면, 그 진열대가 지나치게 길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뭬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요?

만약 당신이 카메라로 그 거대한 길이의 진열대를 한 시야로 포착하려면, 당신은 진열대와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해야만 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 위치를 고려한다면, 그 신발매장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야만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쵸? 더군다나 당신이 카메라로 그 거대한 길이의 진열대를 찍을 경우 거스키의 사진처럼 6줄의 진열대가 똑같은 폭을 유지하는 수평선들로 찍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 그 진열대는 현존하지 않는 진열대이다. 왜냐하면 원래 나이키 타운에 있는 신발 진열대는 2줄이었고, 진열대의 길이도 거스키의 사진에 등장한 진열대의 반쪽 길이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거스키는 원래 2줄의 반쪽 길이 진열대를 6번 촬영했다고 말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거스키는 6번 촬영한 사진들을 컴퓨터를 이용해 하나의 사진으로 편집(합성)했을 것이다. 따라서 거스키의 '나이키 타운'은 한 마디로 조작된 사진인 셈이다.

와이? 왜 거스키는 기존 나이키 타운의 신발 진열장을 조작해 놓은 것일까? 물론 그의 조작은 단지 진열대의 길이와 폭뿐만이 아니다. 그는 사진의 선명함을 얻기 위해 각각의 부분들을 독립적으로 촬영한 후 하나의 사진으로 합성해 놓았다. 더욱이 그는 깊이감보다 평면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로줄의 진열장을 선택했으며, 그 점을 더욱 강조하기위해 2줄을 3배로 뻥튀기까지 해놓았다.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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