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모씨는 선거운동차 농촌들녘을 돌았다. 마침 땡볕아래 김을 매는 두 아낙을 발견했다. 지사 후모는 두 아낙에게 다가가 『이번에 도지사에 출마한 아무개입니다』하고 인사를 청하자 두 아낙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 여부가 있나유』하며 흔쾌히 지지를 암시했다.
지사 후보가 만족해 하며 밭 고랑을 되돌아 가자 두 아낙은 수근댔다. 『저 사람, 왜 나왔디야...』두 아낙의 행동과 대화가 말해주듯 충청도 사람들의 속내는 그 깊이를 헤아리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론조사조차도 충청도에서는 약간 헤맨다고 한다.
시장에서 물건을 흥정할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가끔 빚어진다. 시골 아낙이 물목을 차려 놓았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그 아낙에게 팔 것이냐고 묻자 아낙 왈 『안팔 거면 왜 가지고 나왔것어유』대화는 이어졌다.
손님:『5천원이면 되겠어유』상인: 『돼지나 갖다 먹일래유』손님: 『1만원이면 어때유』상인: 『남는건 없지만 그냥 가져가세유』
이런 류(流)가 충청도 사람들의 정서요 생활방식이다. 이중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남에게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웅숭깊은 강물의 흐름같다고 할까.
왜 이런식의 집적된 사유(思惟)가 생활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신라, 고구려, 백제 삼국의 접경지대였다는 역사적 맥락도 그런 정서형성에 한몫을 한것 같다. 하룻밤이 지나면 주인이 바뀌는데 그리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겠는가.
그러나 이게 충청도 사람들 정서의 모든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다수 충청인은 우직하리만큼 올곧고 행동은 느리나 판단은 명쾌하며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때는 분연히 일어났다.
삼국통일을 이룩한 김유신, 임진란을 극복한 이순신, 병자호란을 극복한 임경업, 큰 학자 송시열, 경술국치후 자결한 홍범식, 독립군 사령관 김좌진, 헤이그 밀사의 정사(正使)인 이상설, 의병장 유인석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무백관 애국지사가 청사(靑史)의 행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럼에도 작금에 이르러 충청도를 멍청도라고 비하한다든지, 핫바지 논쟁이 이는 것은 충청인의 심성을 정확히 머르고 입방아를 찧는 유감스런 일이다.
오는 12월 19일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은 충청도 표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망국적 지역감정을 극복하자 서로 소리쳐도 한나라당=영남, 민주당=호남 분할구도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경인지역에서 혼전을 벌일 경우 대선의 향배는 충청도 표심에 달렸다는, 이른바 충청도 캐스팅 보트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공방이 일고 하이닉스반도체 회생방안이라든지 오송단지의 활성화 방안 등이 탄력을 얻는것 같다. 역대 어느 대선에서보다 후보진영의 충청권 공들이기와 나들이도 잦다.
평소에도 충청권에 대해 정치권의 비중있는 인사들이 요즘처럼 공을 들였으면 오죽 좋으련만 종치고 나면 충청권은 또 아웃 사이더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충청도의 표심, 그 향배가 아직 오리무중(五里霧中)이어서 여러 후보들이 애를 태운다. lbm@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