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겸 대기자

6년 전 라정찬 대표가 낙찰받은 청주의 '초정 스파텔' 전경 / 중부매일 DB
6년 전 라정찬 대표가 낙찰받은 청주의 '초정 스파텔' 전경 / 중부매일 DB

주말 인기 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배우 장미희는 60대 나이에도 매혹적인 발광 피부를 자랑해 40~50대 주부들을 주눅 들게 한다. 대체 어떤 화장품을 쓰면 저런 동안(童顔) 미모가 나올까. 화장품 모델로는 적지 않은 나이인 장미희를 기용한 회사는 '네이처셀'이다. 이 회사 화장품 컨셉은 '100% 줄기세포 배양액이 선사하는 놀라운 피부생명력'이다.

이 회사 대표는 라정찬이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와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온 연구자이자 사업가다. 학창시절 임상 봉사서클 '팔레스'에서 황우석 박사와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베데스다병원 이사장과 바이오스타 그룹 회장 직함도 갖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트리니티 메디컬 뉴스'를 창간해 발행인도 맡고 있다. 하지만 부침(浮沈)이 심한 사업가다. 한때 시가총액 3조 3천억 원대 기업 대표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자칫 영어(囹圄)의 몸이 될 위기에 처했다.

라 대표는 바이오기업가로 수차례 주목을 받았다. 6년 전 옛 청원군 소유의 '초정 스파텔'을 59억 원에 낙찰받아 청원군과 국내 최대 규모의 노화 방지 및 아토피 센터를 세우겠다는 투자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를 세간에 널리 알린 것은 김종율 전민주당 의원의 한강 투신 사건이다. 둘은 청주 신흥고 1년 선후배이자 서울대 동문이었다. 이런 인연으로 김 전 의원이 지난 2009년 뇌물수수 혐의로 변호사 등록이 취소돼 쉬고 있을 때 라 대표가 네이처셀 전신인 알앤엘바이오의 고문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2013년 알앤엘바이오 측이 부실 회계 무마를 위해 금감원 로비용으로 조성한 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그 해 6월 라 대표는 버거씨 병 줄기세포 치료제 '바스코스템'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으며 8월엔 김 전 의원이 한강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라 대표는 삼미식품을 인수해 네이처셀로 사명을 바꾼 뒤 재기했다.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후보물질인 '조인트스템' 이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해 작년 10월 31일 6920원에서 시작해 5개월 만에 6만 2200원을 찍었다. 900% 이상 폭등했다. 네이처셀은 시가총액 3조 2926억 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조인트스템이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네이처셀은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지만 식약처는 지난 3월 조인트스템의 조건부 허가 신청을 반려하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네이처셀의 시세조종 의혹을 살펴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긴급조치(Fast-Track) 제도를 통해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으며 라 대표는 결국 허위·과장 정보를 활용한 주가조작 혐의로 두 번째 구속됐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라 대표는 인맥의 폭이 넓고 포장술도 뛰어난 사업가 체질로 사기꾼이라는 말도 듣고 있지만 2012년에는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라는 루머가 퍼질 만큼 연구자로서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바이오업종 특성상 손가락질 받는 사례는 많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사업초기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바람에 '사기꾼'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성공신화'를 썼다. 하지만 라 대표는 두차례 '주가조작'의 굴레를 안고있어 도덕적으로 상처를 입었다. 줄기세포 상업화에 매달리고 있는 라정찬의 도전은 과연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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