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국 방방곡곡은 미군 장갑차량에 숨진 여중생 2명을 추모하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서울 광화문에서는 5만여 인파가 밤하늘을 수놓은 촛불시위로 지난 6월 월드컵 당시 온나라를 뒤덮었던 붉은 악마의 물결을 연상케 했다.
 충북 도내에서도 청주지역 2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미군 장갑차 사망사건 충북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청주시상당구 북문로 철당간 광장에서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를 갖고 꽃다운 나이에 꿈한번 펼쳐 보지 못한채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여중생 효순양과 미선양의 넋을 위로했다.
 충주시민 4백여명도 성서동 차없는 거리에서, 제천과 진천 괴산 음성 보은 옥천 등 도내 10곳에서도 2천5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 추모제를 치렀다.
 알다시피 여중생 사망사건은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양주군 지방도에서 우리의 여중생 2명이 갓길을 걷다 미군의 장갑차량에 치어 그 자리에서 숨진 사건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교통사고로 기록될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미국이 한국민의 자존심을 한없이 짓밟았기 때문이다.
 애당초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의 극치였다.
 이런 가운데 미 8군 군사법원이 자체재판에서 가해자인 미군 병사들에게 내린 무죄평결은 반미감정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무죄평결이 나온 직후 「재판은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며 오만의 극치를 보여준 미8군 사령관의 발표문은 한국민을 더욱 분노케 했다.
 이에 따라 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발족, 국내외 NGO단체간 공조 등을 통해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소파 개정 등을 촉구하고 나섰고, 정부 당국에게는 미군에 대한 형사재판권을 받아오도록 요청하는등 본격 대응에 돌입했다.
 분노의 물결은 미군시설 앞 집회와 대학생들의 기습시위, 범대위 방미투쟁단 방미,네티즌 백악관 사이트 접속시위, 각계 각층의 항의집회 등으로 이어지면서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여중생 사망사건의 참상, 미군 무죄평결의 부당함, 불평등한 한미관계 등을 전국에 알리고, 광화문앞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이번 촛불시위를 보면서 성숙한 국민의식 수준에 대해 다시금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국민들은 민족적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무조건적인 반미는 원치 않는다는 것을 이번 촛불시위에서 보여주었다.
 또한 세계언론이 광화문앞 촛불시위에 주목하면서 일방적인 한미관계 보다 평등한 한미관계를 원하는 한국인들의 열망을 전달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직접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를 했고, 정부도 국민반발에 힘입어 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소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었다.
 국민의 촛불시위가 불평등한 소파법을 반드시 개정시키고, 기존의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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