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등록일로부터 숨가쁘게 달려온 열전 22일의 대장정이 오늘로써 끝난다. 오늘 밤 자정까지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종료되면 바야흐로 조용하고도 장엄한 가운데 역사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것이다.
 바로 그같은 점에서 어쩌면 오늘은 선거운동기간 21일을 전부 더한 것 만큼이나 중요한 하루가 될 것이다.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각오로 선거전을 이끌었던 각 후보진영간의 마지막 격돌이 한 치 양보도 없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일을 하루 앞둔 막바지 선거운동이 언제나 흑색선전과 인신공격, 폭로전 등의 혼탁한 양상으로 전개됐던 여태까지의 선거경험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깊게 한다.
 보통 열세를 뒤집고 막판 역전극으로 대미를 장식하고자 하는 조바심에서 촉발되며, 이를 어떻게든 저지하고자 하는 상대측의 맞대응으로 이러한 진흙탕 싸움은 점입가경이 되곤 한다. 각 진영에서 제시하는 각종 설과 주장을 정확하게 확인할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틈새를 악용하는 이러한 선거전술은 올바른 정책선거로 마무리되기 원하는 국민적 염원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모욕과 배신이라는 점에서 절대 용납돼서는 안될 것이다.
 막강한 조직망을 활용한 금전살포의 가능성 또한 경계해야 한다. 얄팍한 금전적 반대급부에 자신의 주권을 넘기는 매표행위는 민주국가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로 매도돼 마땅하다. 건전한 양식을 갖고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유권자라면 이러한 매표책동에 대해 단호한 거부의사를 밝히고 그 부당성을 공개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투표일 하루 전날 유권자들의 이성을 조롱하고 건강한 판단력을 희롱하는 저열한 행태가 자행되는 것은 그 같은 막가파식 전술이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는 경험에 기인한다. 다수의 유권자들은 성숙한 주권의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지만, 떠도는 소문과 몇 푼 안되는 대가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유권자들로 인해 당연히 근절돼야 할 부정적 행태가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을 하루 앞둔 오늘 전 국민의 관심은 부당한 표도둑질을 막고 소중한 표심을 잘 단속하는 데 모아져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난 선거운동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지할 후보 이름을 마음 한 켠에 소중하게 새기고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 20%에 이른다고 말하는 소위 부동층이라고 하더라도 비록 미흡하나마 일련의 정보수렴 과정을 거친 만큼 지지후보의 윤곽이 대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에게 남은 하루의 시간은 이러한 선택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지 성숙하게 돌아보는 작업을 요구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정말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맡길 만한 능력과 혜안과 정책 프로그램을 가졌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 혹시 자신이 부당한 편견과 비합리적인 단견, 혹은 지역감정의 선동에 포로가 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겸허하게 반성해봐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숙한 되새김의 과정만이 흑색선전과 금권정치의 더러운 유혹에서 이번 선거와 한국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떳떳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는 유권자들의 떳떳한 판단과정이 필수적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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