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울간 고속버스가 처음 선을 보였을때 청주시민의 편리함은 이만저만한게 아니었다. 종전에는 서울을 갈라치면 조치원에서 기차로 갈아 타거나 진천~이천~용인을 경유하는 완행 버스를 이용했다.
 고속버스가 등장하면 온 종일 걸리던 서울길은 2시간이내로 좁혀졌다. 서문동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승차하면 을지로 3가에서 내렸다. 서울의 중심가에서 볼일을 본 후 청주로 돌아오기가 여간 편리한게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고속버스 이용하기가 전만치 편리하지 못하다. 서울 터미널이 강남으로 이전한데 이어 청주 터미널이 시외곽인 가경동으로 옮아갔다. 그래서 서울을 가려면 우선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경동을 찾아야하고 강남 도착후 다시 전철 등을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이용객들의 시간적, 경제적 손실은 곱배기로 늘어났다. 교통이란 모름지기 수요자측면에서 따져봐야 하는게 아닌가. 이용객들의 편리가 교통의 지향점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용객의 입장은 접어두고 공급자나 행정위주의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괴상한 교통행정이 펼쳐지고 있다.
 터미널 외곽 이전의 근본적 이유를 도심 교통혼잡으로 꼽는데 그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수단을 먼 곳으로 쫓고 나니, 도심은 나홀로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다. 운송의 효율면에서 봤을때 아무래도 대중교통수단을 당할 수 없다. 그리고 도심이란 약간은 혼잡한것 아닌가.
 뉴욕의 버스터미널과 역은 도심에 위치해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서다. 소형차량은 도시외곽에 주차해 놓고 도심으로 들어가려면 대부분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나홀로 차량의 도심진입은 주차료 등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러한 형태의 교통행정은 뉴욕뿐만 아니라 런던, 파리 할 것없이 적용된다. 대중교통수단이란 대중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있는게 상식이다.
 우리나라의 교통행정은 이런 외국의 사례와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 어느 도시이건 버스터미널, 역은 가급적 시외곽으로 내몰려 한다. 청주역도 시 외곽 벌판에서 외롭게 서 있다. 이용객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좋으나 시민의 편리가 우선돼야지 눈요기꺼리가 먼저이어서는 안된다. 아름다운 도시는 이상이고 시민편리는 현실이다. 인위적인 꽃밭 가꾸기 식은 시민불편을 필연적으로 불러온다.
 더구나 청주는 새로 설계된 기획도시가 아니라 1천3백년의 역사를 가진 고도(古都)다. 고도를 신도시 개념으로 해석하여 복잡한 것은 외곽에 배치하고 도심에는 양탄자를 깔듯 정갈한 모양새를 갖추려 함도 무리한 욕심이다.
 근자에 고속버스버스 터미널이 떠난 자리에 새 빌딩이 들어서고 대형할인점인 카르푸가 입점하여 종래보다 몇배의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것을 당국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차라리 고속터미널이나 그냥 있었으면 시민 교통이나 편리할 것을... 이걸 두고 고쳐서 탈인 개악(改惡)이라고 한다. 그 개악을 책임질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말이다. lb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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