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2019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및 유관기관 자문회의가 23일 충북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열린 가운데 소상공인 단체 대표들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김용수
2019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및 유관기관 자문회의가 23일 충북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열린 가운데 소상공인 단체 대표들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김용수

국민은 잘 모른다. 정부가 추진하는 깊숙한 내용까지 알 수가 없다. 무식해서가 아니라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속속히 국민이 알아야 한다면 대통령은 왜 뽑고 국회의원은 왜 선출하는가. 그들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소득주도성장이다. 국민의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자는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상승만 갖고는 소득주도성장이 뭔지 잘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사회의 지도층까지도 인터넷에서 떠도는 충동성 논리에 함몰되곤 한다.

1997년 경제위기로 돌아가 보자. 당시 한국경제가 위기는 맞았지만 새로운 역사를 쓰는 변곡점으로 생각했다. 당시 IMF경제체제는 우리 사회에 구조조정이란 용어가 일반화될 정도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가능한 환경이었다. 그렇지만 정부는 실기하였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킨다고 했지만 공적자금 투입으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했다. 산업구조의 개편이나 경제민주화 등의 거시적 혁신보다는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여 경제를 연명해가는 방식이었다. 물론 급한 현실 문제는 이해되지만 국가 흥망의 키를 쥔 경제 관료들의 책임은 무거운 것이다.

지금도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의 주요 경제이슈가 국민의 복지문제로 잘못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많은 한국인들은 기업을 사회적 책임을 지닌 공적기관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국민은 정부의 재벌 개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그러한 국민감정을 이용하여 경제민주화를 앞세우지 않았는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보니 대기업은 자본을 늘리는 편법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거나 정치권과 결탁하여 국민에게 분배해야 할 이익을 챙겨갔다. 이 정도의 증거들이 나왔다면 정부도 재벌 개혁과 아울러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계획을 국민에게 밝힐 필요가 있다.

필자의 관점은 단순하다. 최저임금법과 근로시간 단축은 경제성장 정책이기보다는 구조개혁 정책이다. 한국 경제는 오랜 기간 동안 수출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수출과 무관한 영세중소기업이 90%에 달한다. 게다가 대부분 자영업자는 생산보다는 서비스업에 집중되어 있다. 이것은 비정상적 산업구조이다. 이러한 산업구조로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약 350만 개다. 이 중에서 5인 미만의 소상공인이 약 300만개(87%)이다. 소상공인의 절반은 도소매 및 음식 숙박업과 개인서비스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산업 구조를 만든 과거의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이다. 과거 정부가 이러한 한국경제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성장주도 프레임에 갇혀서 산업구조 개편을 하지 못하고 해바라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더 이상 지켜봐야 할 경제구조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많은 소상공인은 소득부진과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이미 폐업에 직면해있다.

창업 3년 이내 폐업하는 비율이 50%이상으로 높다. 최저임금 문제가 아니라도 수년 내에 폐업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가 많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내수부진보다 과당경쟁 때문이다. 이러한 영세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진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지금 한국의 산업 구조는 전체 인구의 5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최저임금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으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도 경제민주화를 실현시켜야 한다. 정치권과 결탁하거나 갑질이나 하는 세력으로 더 방치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강력하게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 중소기업이다. 종업원 50~100인 이상의 중소기업의 층을 탄탄히 해야 한다. 휴경지 직불금을 줬듯이 장사가 안 되는 편의점 주들에게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대기업에게 편중되는 공적자금은 산업구조 개편에 사용하는 것이 백번 좋은 일이다.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 중부매일 DB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 중부매일 DB

정부가 잘못된 산업구조를 제대로 잡겠다면 국민에게 설명하라. 좀 더 장기적인 플랜을 설명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통을 짊어질 계층에게 대가를 지불하자. 이런 때 쓰는 돈이 공적자금이다. 몰락한 대기업에 수 조원의 공적자금을 퍼붓지 말고 국가 미래를 결정할 산업 구조 개편에 사용하자. 지금 세계경제는 미국의 트럼프 발 낯선 정책으로 상당히 날카로워져 있다. 게다가 한국은 북한과의 군사적 문제도 얽혀있다. 또한 지리멸렬한 국내 정치권 판도도 건강한 한국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하면 모두 낚시에 걸린 고기 꼴이 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