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드루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 자살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의원회관 노 원내대표실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18.07.23. / 뉴시스
드루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 자살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의원회관 노 원내대표실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18.07.23. / 뉴시스

[중부매일 사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어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노 대표가 23일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노 의원 외투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한다. 정확한 사망경위는 추후에 밝혀지겠지만 두루킹 사건과 관련해 특검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심리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신변을 비관해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이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개혁적이고 진보정당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하지만 한국정치의 후진적인 문화와 정치자금 커넥션의 이면을 보여준 비극적인 사건이다. 진영논리를 떠나 정치혁신의 계기가 돼야 한다.

학생 때부터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노 대표는 민노당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온갖 정치역정을 극복해왔다. 특히 소수정당인 정의당 1~3기 원내대표를 내리 지내며 창당 초반 1%에 머물렀던 지지율을 10%까지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최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특수 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교섭단체 대표로서 받은 특활비를 일괄 반납하기로 하는등 정치개혁에도 앞장 서왔다. 그처럼 진보정치를 뚝심 있고 일관성 있게 추구해온 정치인도 드물다. 하지만 노 대표는 '드루킹' 김동원 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특검 수사 중 불거지면서 정치인생의 최대 고비를 맞았다. 노 대표는 "어떤 불법 자금도 받지 않았다. 수사에 당당히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특검은 총선 전인 2016년 3월 드루킹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아지트'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은 자리에서 2천만 원을 받고, 노 대표 부인의 운전기사를 통해 3천만 원이 추가로 전달됐다는 진술과 노 대표가 '야인' 시절 경공모 초청 강연에 참석한 뒤 강연료로 2천만 원을 받았다는 드루킹 측 진술도 추가로 확보한 것은 물론 금품 거래를 뒷받침하는 자금 내역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모방송사에서 가진 두루킹의혹 관련 여야정당 긴급토론회에서 노회찬 대표는 "(한국당을 향해)다양한 소설이 나오고 있다"며 "일단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특검으로 가던지 논의하면 된다. 이걸 빌미로 국회를 가동 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며 특검을 반대했었다. 국민들은 노 대표가 왜 최악의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두루킹과 문재인 대선 캠프의 관련성, 불법정치자금의혹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특검은 노 대표가 말한 대로 소설인지 아닌지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인의 불법정치자금 수수가 잊을 만 하면 등장해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인들이 말로는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으나 실제로는 비윤리적인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진보정치의 거목(巨木)을 잃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돈은 받았지만 청탁과는 무관하다"는 말을 공감하지 못한다. 정치혁신과 제도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정치는 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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