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제44회 사시 2차 합격자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333명이고, 이 중 156명(47%)이 비법대 출신으로 2000년 37%, 지난해 42%보다 늘어났다. 다른 대학들도 사정이 비슷해 전공에 관계없이 시험을 거쳐 사시 준비생을 뽑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전공은 묻지마식 고시 열풍이 날로 드세지고, 사회대·인문대는 물론 공대·자연대 등 이공계열 학생들의 고시 휴학까지 크게 늘어나는 등 상대적으로 기초학문 분야가 급격히 활기를 잃어 가는 파행으로 치닫는 추세다. 젊은이들 사이에 사시는 일단 합격만 하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신분 상승의 현대판 과거제도로 생각하고있는 듯싶다. 전공을 불문하고 수재들이 저마다 판사·검사·변호사가 되겠다는 풍토는 분명히 정상적일수 없다. 이과 고교졸업생들이 의대와 한의대 등에 몰리는 것도 같은 현상으로 보여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초학문분야의 인기는 바닥에 추락한지 오래다.서울대가 2003학년도 대학원 전기모집을 마감한 결과 0.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이는 작년 전기모집의 0.9대1 경쟁률보다 더 낮아진 수치로 역대 최저다. 인문대·자연대 등 기초 학문 분야의 지원율이 저조해 대학의 연구기능을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우리 학문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문대의 2개 학과는 아예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한다. 기초학문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그야말로 돈이 되는 학문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대학의 위상을 직업학교 정도로 인식하는 추세가 확산되고있는 것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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