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청사 / 중부매일 DB
청주시청사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사설] 청주역은 지금은 외곽에 있지만 40년 전만해도 상당구 우암동 구도심에 위치해 있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겐 상상하기 힘들지만 60년대에는 청주역이 청주시청과 중앙시장 사이에 있어 기차는 당시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한 대중교통 수단이었다. 지난 13일 옛 청주역 부근에 개관한 청주역사(驛舍)박물관은 과거 청주역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60대 이상의 노년층에겐 오래전 기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청주역사박물관 옆에 있는 도시재생허브센터도 같은 날 개관식을 가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구도심 한복판에 있는 이곳을 관람하거나 이용하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문이 굳게 잠겨있기 때문이다. 언제 열릴지도 모른다. 개관식을 했는데도 왜 문을 열지 못하고 있을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신축건물에 빗물이 줄줄 새고 두 곳의 시설을 위탁운영 할 만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주시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이 빚어낸 한심한 결과다.

청주 도시재생허브센터와 청주역사(驛舍)박물관 건립은 국토교통부의 '도시 활력 증진사업' 대상에 뽑혀 추진 됐으며 사업비는 땅값을 포함, 177억 원에 달한다. 도시재생허브센터는 공예·예술 창작 및 공연 공간이다. 청주역사박물관은 중앙시장 주변에 성행했던 성매매 업소를 철거하고, 옛 청주역이 있었던 곳이었음을 알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청주 중앙동 일대는 한때 청주의 중심지이자 성안길과 연결돼 번화했던 도심상권이었지만 지금은 인구공동화와 고령화 등으로 쇠락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두 개의 대형 문화공간과 박물관이 오픈해 시민들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면 낙후된 도시 분위기에 활기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도시 활력 증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청주시의 자세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건물은 준공하자마자 지하주차장에 빗물이 샜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시는 건설업체에 하자 보수를 요구했지만 당장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무엇보다 위탁 운영할 법적 근거도 마련하지 못했다. 처음엔 사무위탁 조례를 적용, 위탁 운영하려 했으나 수익이 나지 않는 공익 시설이어서 참여하려는 업체를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는 다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 조례를 개정, 위탁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지만 절차상 최소 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시민들이 이용하게 될 문화공간을 마련해놓고도 부실시공과 행정적인 준비가 소홀해 놀리고 있는 것이다.

도시재생허브센터와 청주역사박물관은 준공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이 정도 기간이면 개관에 문제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출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국비만 따오는데 급급했을 뿐 시공과정과 준공이후 운영방안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매사에 이런 식이다 보니 혈세낭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청주시는 오는 10월이면 문을 열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다시 시행착오로 시민들을 현혹시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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