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차례 국제학술회의를 통해서 1만3천년~1만5천년전, 세계 최고의 볍씨 출토지로 밝혀진 청원 옥산 소로리가 남북통일의 진원지로 자리 잡는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그것은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식량사정에 소로리가 어떤 해법을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소로리 볍씨는 지금껏 지구상에서 출토된 볍씨중 가장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냉해에 가장 강한 품종이므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염기서열을 재구성한다면 북녘 동토(凍土)에서도 얼마든지 재배할 수 있는 품종을 복원할 수 있다는 꿈같은 얘기다.
 그 꿈이 이루어 진다면 북한의 식량난을 일거에 해소하고 더불어 북한에 지원하는 쌀, 현물대신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남한의 재정을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이고 종당에는 이의 파급효과로 민족통일을 크게 앞당길 수도 있다는 논리를 도출해 낼 수 있다.
 더구나 소로리 볍씨가 발견된 오창과학단지와 그 이웃의 오송보건단지는 명실공히 세계 정보산업(IT), 생명공학(BT)의 메카로 둥지를 틀고 있지 않은가. 그 첨단기술을 집적하여 소로리 볍씨의 유전자 지도를 밝혀 내기만 한다면 꿈은☆이루어 질 것이다.
 소로리 볍씨를 브랜드화 하여 크게 각광을 받은 「청원 생명쌀」은 소로리 볍씨의 DNA 분석을 통해 남한 뿐만 아니라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녘 동포를 회생케 하는 기적의 생명쌀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후기 구석기에 해당하는 1만8천년~2만2천년전은 지구상에서 마지막 빙기(氷期)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였다. 온대지방의 평균 기온이 섭씨 25도 안팎에 머물렀던 이 시기의 끝자락에, 소로리에서 서식했던 고대벼는 냉해에 강한 품종이 아니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
 지난 18일 충북대에서 청원군 주최로 열린 「소로리 볍씨 국제학술회의」에서 엄문명(嚴文明) 북경대명예교수 등 중국학자들은 『빙기에 벼 재배가 가능했겠는가, 토탄층과 출토볍씨의 연대가 일치하는가』등 맹공을 퍼부었지만 결국 미 지오크론사와 서울대연구소에서 탄소연대측정법으로 동시에 얻어낸 1만3천년~1만5천년의 절대연대에 승복할 수 밖에 없었다.
 필립핀에서도, 중국에서도 인정한 소로리 볍씨는 이제 한국의 볍씨 뿐만 아니라 세계속의 볍씨다. 따라서 이 일대의 유적보호는 물론 당연히 볍씨 기념관이 들어서야 할 것이다.
 대중가요 가사에도 있는 한반도를 동강낸 3·8선은 그야말로 「원한의 3·8선」이다.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2차대전이 빚어낸 비극의 산물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3·8선이 쌀 농사의 발목을 붙잡는다.
 다름아닌 쌀 농사의 북방 한계선이 대략 북위 38도이기 때문이다. 인도양으로부터 흘러오는 난대성 해류는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북진을 하다 공교롭게도 3·8선 부근인 옹진반도 앞에서 유턴을 한다. 그러기에 북한의 곡창지대는 황해도 재령평야 일대가 고작이다.
 일본의 아오모리(靑森)일대는 추운 지방인데도 불구하고 난류의 덕택으로 쌀 농사가 가능하고 주변에서는 고대 볍씨도 출토된다. 난류의 한쪽은 한반도로 흐르고 또 한쪽은 일본열도로 흐르는데 불행히도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난류가 3·8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의 식량난은 역시 냉해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 수 밖에 없고 그 해법은 다름아닌 소로리 볍씨의 유전자 복원을 통해 가능하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청원군이 소로리 볍씨의 역사적 맥락에 착안하여 브랜드화한 「청원 생명쌀」은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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