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랙 경기를 보았나, 야비한 나라, ×× U.S.A]
 김동성 선수가 억울한 판정으로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기자 울분을 느낀 한국의 젊은이들, 심지어는 초등학생들 사이 애창됐던 반미노래 가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들불처럼 번졌던 여중생 사망 시위사건도 선거기간 내내 반미감정의 중심고기압권을 감돌았다.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려야 한다.]
 노무현 당선자의 이 같은 발언을 문제삼아 선거 막판 공조 파기의 명분을 찾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대표처럼, 안정을 바라는 일부 세대들은 노 당선자의 이런 모습에 가끔씩 불안도 느꼈다.
 북핵을 둘러싸고 북한이 핵 봉합을 마구잡이 식으로 떼자, 미국은 두곳에서도 동시 전쟁이 가능하다며 수틀리면 북한을 응징하겠다는 강경 의사를 밝혔다.
 북한과 미국 두 진영은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를 연상시키며 세밑 한반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 이후 미.소 양국이 그어놓은 3.8선을 따라 부득이 갈라서야 했던 남한과 북한.
 단절이 가져다 준 반세기의 세월만큼 기성세대들은 이데올로기의 이분법적 사고에 흥건히 젖어 들었다.
 그때 그들에게 비친 빨갱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머리에 뿔달린 괴물과도 같은 존재였고, 소련, 중국과 함께 북한은 나쁜 나라로 낙인되어 졌다.
 5천년 역사 속에서 남과 북은 한 민족이자 한 핏줄이었던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채...
 마치 미국의 서부영화에 길들여져 총잡이들은 좋은 사람이고 인디언들은 나쁜 사람으로 몰아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히딩크 감독의 지휘아래 이 땅의 태극전사들이 지구촌을 놀라게 할 그 무렵, 그라운드 바깥, 월드컵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우리의 붉은 악마들은 한때 빨갱이의 상징이었던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두 손을 모아 힘차게 뻗으며 [대한민국] 구호를 소리높이 외쳤다.
 국가의 상징인 태극 무늬옷을 걸치고, 페이스페인팅을 한 상태로였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은 이번 대선에서도 나타났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 영화가 상영될 무렵, 어느 후보는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국민 감정 속으로 파고들었고, 또 다른 후보는 타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공약을 비판하고 그 때문에 수도 서울의 집 값이 내릴 것이라며 국민감정을 한껏 부추겼다.
 그러나 네거티브 전략보다는 포지티브전략이,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 선거전략이 제 세상을 만난듯 했다.
 이당 저당 기웃거리며 양지를 찾아나선 철새정치인들이 저만 윤똑똑인 냥 변신의 날을 세우고 있을때, 변화를 주도해 온 세력들은 당선자가 강을 건넜으니 이제 뗏목은 버리자는 성숙된 논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번 선거 직후 부모는 울고 자식은 웃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변화와 안정을 바라는 세대간 격차는 극심했다.
 변화의 물결이 제 길로 접어들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일은 노 당선자의 몫이다.
 반미감정을 추스리며 북핵으로 한반도에 짙게 드리운 전운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은 그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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