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칼도 떠났고, 신마적도 떠났고, 구마적도 떠났다.
 패배한 주먹의 보스들은 그처럼 깨끗하게 종로를 떠났다.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야인시대가 높은 시청률과 함께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음은 패배한 오야붕들의 이처럼 승복할 줄 아는 풍토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씨도 대선에 패배하자 깨끗이 승복했다. 그리고 그는 노무현 당선자에게 부디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주문한 뒤 곧바로 정계를 은퇴했다.
 모처럼 정치권이 보여준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이었기에 국민들도 패자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대선 직후 울산지역의 한 PC방에서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렸다는 대선개표 조작설 유포사건이 발단의 도화선이 되면서 지금 한나라당의 기류가 복잡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선관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에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즉각 의뢰했고, 한나라당은 대법원에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인터넷에 양심선언을 했다는 익명의 글을 토대로 전자개표 조작의혹을 부풀리며 명색이 제 1야당이라는 한나라당의 지도부들이 재검표를 하자는 지금의 주장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듣기에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자성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무턱대고 한나라당 지도부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수권능력을 갖춘 정당이라고 자부해 온 한나라당이라면 56만여표나 차이가 난 선거결과를 놓고 익명의 글에 놀아나 재검표 운운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숙고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한나라당은 지난번에도 말도 안되는 김대중대통령의 노벨상 로비의혹을 제기해 전 세계의 비웃음을 산 적이 있다.
 지금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내린 심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를 심층분석해 보고 자기반성을 통해 환골탈퇴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때다.
 더구나 대선에 출마했던 자당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고 은퇴한 이 마당에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측근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하면서 국민들에게 새롭게 다가설 생각은 않고, 난데없이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며 퇴보적인 정치행보를 거듭한다면 이 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득될 것이 없으며 이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꼴이다.
 결과적으로 민심얻기에 실패한 한나라당이 확연하게 드러난 민심을 인정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에서 타개책을 찾으려 한다면 차기 총선에서 다수당을 유지하는 것 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선거도 상대가 있는 일종의 게임이다.
 주어진 원칙과 룰의 범위 내에서 서로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쳤다면 그 결과에 승복함은 참가선수가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다.
 더욱이 지난 선거에서도 이번에 적용한 원칙과 룰의 범위 내에서 선거를 치렀는데 그 당시에는 이겼다고 아무말 없다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자 승부를 조작했다며 원칙과 룰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덧붙여 정부당국도 인터넷에 개표조작설을 유포한 범인을 반드시 색출하여 진위여부를 낱낱이 밝힘으로써 한점의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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