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붉은 해가 솟았소. 그제와 어제도 솟았던 그 아침해가 오늘도 어김없이 솟았구려. 또 내일도 모레도 솟아오를 것이오.
 해뜨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 보아도 참으로 장관이오. 그래서 뭇 사람들은 간절하고도 소박한 소원을 빌고자 밤을 달려 바닷가로 아니면 높은 산 정상에 올라 희망찬 일출을 바라보며 두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가 보오. 일출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기에 말이오.
 오늘이 2002년 12월 31일. 말띠해의 끄트머리요 내일이면 2003년 1월 1일.양띠해의 첫날이오. 새해 새아침에 푸른 동해를 가르며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모든 사람들이 또 소원을 빌것 같소.
 K형 정말로 오랜만이오. 오늘 아침밥은 맛있게 드셨는지. 늘상 챙겨 먹고 있는 줄은 알지만 혹시 어젯밤 과음이라도 하여 아침밥을 걸렀나 해서 묻소. 오늘 아침밥을 먹지 않았다면 K형의 일생에서 두번다시 찾아 먹지 못할 아침밥이기에 섭섭하지 않겠소.
 다사다난함 속에서 기쁨과 슬픔 그리고 결실과 절망등이 점철 되었던 3백64개의 잎을 다 떨어뜨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잎이 떨어지면 2002년의 나목을 치우고 그자리에 또 한 해를 가꿀 3백65개의 희망과 도전의 잎을 가진 2003년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참 달력은 구했는지. 요즘엔 달력도 흔치 않아 묻소.
 K형.
 세밑에 뒤돌아 본 올 한해는 참으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것 같구려. 어느 해고 뒤돌아 보면 언제는 그렇지 않았겠는가 마는 특히 올해는 더욱 그런것 같소.
 언론들이 선정한 올 한해의 10대 뉴스만 보아도 그렇지 않소. 감격과 희망을 주었던 국민적 함성과 함께 고난의 시련과 슬픔을 주었던 온갖 사건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가오. 그 가운데 돈과 권력이 만들어낸 부패하고도 추악한 무리들이 있었는가 하면 무너진 가정경제로 허리를 못펴는 민초들의 일그러진 삶도 한편에 있소.
 그래도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를 통해 변화와 개혁의 힘찬 목소리가 외쳤졌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소. 앞으로 변하지 않으면 설자리가 없다는 것을 우리사회에서 제일 썩었다는 지탄속에 비난을 받아온 정치권에 태풍이될 것 같기에 하는 말이오.
 더욱이 이번 대선에선 온갖 바람이 후폭풍을 일으키지 못했으며 정치 철새들의 구태한 이합집산도 「선거의 핵」이 되지 못한 가운데 인터넷을 통한 젊은 네티즌들이 미디어선거를 주도한 것 같소. 그래서 망국적 한국병이란 지역감정 문제는 다소 사라졌지만 세대간의 갈등이 새롭게 부각 되기도 했구려.
 K형. 연말과 새해 첫날을 단지 날짜로 가르거나 세대를 구분 짓는 것이 몇살이냐는 나이에 불과 하다면 무슨 의미가 있소. 새해 새날엔 희망과 함께 꿈이 있어야 하고 젊음엔 또한 비전과 싱그러움이 있어야 하잖소.
 숫자에 얽매인 삶엔 희망이 없소. 젊음 또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 믿소. 그래 그런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니들이 게맛을 알어」라는 광고 카피가 생각나오.
 K형 새해엔 기쁜일 만 계속되길 바라오. 송구영신(送舊迎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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