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 새 아침이 밝았다. 우암산위로, 대청호 충주호위로 불끈 솟아오른 태양이 눈부시다. 잔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자작나무 가지위에도, 잔물결 팔랑이는 호수위에도 큰 빛깔 스펙트럼이 쏟아지며 소망을 분출한다.
 해마다 맞는 새해 새아침인건만 올 새아침은 좀 특별한 감회가 서린다. 새 천년 첫 정부가 출범하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약속했듯 동서남북이 하나되는 국민통합의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남북이 미워하고 동서가 불편한 분열의 악순환이 해소되면서 융합의 어떤 전기가 올해엔 꼭 마련되길 기원해 본다.
 옛 격언에 화이부동(和以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화합은 하되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개성이 존중되는 민주국가에서 사람의 성격, 마음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이슈가 등장한다던가 어려움에 닥쳤을때는 개개인의 이익이나 욕망을 접어두고 한 마음이 되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국민적 고질병인 지역갈등은 꼭 지역이라는 공간성에 한정되는 것 만은 아니다. 시간적 갈등, 즉 세대간의 갈등도 있다. 소위 2030세대와 4050세대간에도 보이지 않는 갈등을 겪고 있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에선 온 라인과 오 프라인, 그리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문화가 공존하며 충돌하고 또 융합하고 있다.
 분명 시대적 지향점은 디지털에 있는 것이지만 아날로그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두 문화의 코드가 씨줄 날줄처럼 엮여 대결이 아닌 화합의 논리를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새해엔 보다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인간존재의 원초적 욕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IMF라는 치욕의 경제신탁을 겪으면서도 기어이 그 문턱을 넘어서고 말았다. IMF이전에도 수도없이 많은 간난(艱難)의 관문을 뚫어온 민족이다. 겨울이 추우면 일년농사가 잘되듯 우리는 여러차례 범국민적 시련을 겪으면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항체를 저마다 만들어냈다. 그 항체는 분명히 민족번영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남도 무악(巫樂)에 「시나위」라는 게 있다. 거문고, 가야금, 아쟁 등 여러 악기가 저마다 고유한 음색을 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절묘한 화음을 이루는 우리만의 앙상블이다. 사분오열된 국민정서도 시나위 가락처럼 한데 추스릴 수는 없을까.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앞두고 충청권의 지방자치단체가 벌써부터 뜨거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충북에서는 오송·오창지구, 현도, 충주일대가 거론되고 충남에서는 아산, 천원지구, 장기, 논산지구 등이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각 자치단체에서는 내논에 물꼬대기식으로 유치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국가적 차원의 역사(役事)인 만큼 객관적 타당성 조사가 선행돼야하고 이를 토대로 행정수도를 정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행정수도의 충청권이전은 본사의 사시인 「중부권 시대의 재창조」와 우연히도 맞아 떨어진다. 이 엄청난 역사는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게 분명하다. 오송·오창단지의 활력화는 충북도의 미래를 결정할만한 역점사업이고 「직지」의 세계화는 정신문화를 드높일 일임에 틀림없다.
 안정속의 개혁을 희구하며 영국의 앤소니 기든스가 말한 「제3의 길」처럼 극좌도 극우도 아닌, 그 가운데로 오롯이 생겨난 사회복지의 오솔길을 개척했으면 한다. 이참에 북한의 핵개발 공포도 말끔히 가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본보는 올해의 주제를 「근본을 세우자」로 정했다. 오늘날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병리현상이나 가치관의 혼돈은 근본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정보화 시대에 실종된 근본을 찾아 튼튼한 인간성 회복의 보루를 쌓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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