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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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사설] 저출산이 심각한 단계를 넘어선지 오래됐다. 역대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백약(百藥)이 무효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이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10년간 100조 원을 썼는데도 조금도 해결 기미가 안 보이고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국가적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낸바 있다. 저출산은 이제 '골든타임'을 맞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은 정부뿐만 아니라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어제 보건복지부가 밝힌 '2017년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성인 2천명 가운데 87.4%가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은 24.8%, '어느 정도 심각하다'는 62.6%였다. 국민 90%가 저출산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저출산을 초래한 배경이다. 복지부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출산율이 왜 이토록 저조한지 유추해 볼 수 있다. 결혼이후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31.2%)과 취업난(19.5%)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도 많았지만 결혼이후에도 '육아가 힘들고 어려워서'(28.4%), '교육비용 부담이 커서'(28.0%)라고 지적한 젊은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출산과 육아휴직에 대한 우리사회의 그릇된 인식으로 젊은 직장인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출산으로 휴가를 낼 때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이거나(76.6%), '육아휴직을 낼 때 눈치가 보이는(72.2%)'것도 모자라 '휴가를 낼 때 눈치가 보인다(67.2%)'면 어떤 젊은이가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지 않으려면 아이를 포기하는 대신 직장에 '올인'해야 한다. 이는 우리사회의 이중적인 심리를 반영한다. 대부분 국민들이 저출산이 가져올 국가적인 과제와 사회적 재앙을 걱정하면서도 막상 누군가 출산·육아휴직을 신청하면 부담을 느낄 만큼 압박감을 주는 등 출산과 육아를 배려하는 사회적 인식은 후진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 1분기 기준 출생아수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월별 출생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1년 이후 처음으로 9만 명이 무너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 한다면 인구 자연 증가세가 막을 내리고 하락세로 전환되는 시점은 2028년쯤에서 2022년쯤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생산 가능인구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 절벽 현상이 본격화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국가가 쇠락해질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다양한 아이디어 저출산 대책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젊은 부부가 출산·육아휴직을 가고 싶어도 눈치를 볼 정도로 사회적인 인식이 낙후돼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직장인들이 출산·육아휴직을 당당히 요구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당연히 여기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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