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촬영기법 2차원적 회화느낌 사진에 담아
선명도 극대화·밀도감 최적, 평면가공예술 새지평

안드레아 거스키 작 99센트. 2001

필자는 지난 연재에서 '사진의 평면성' 사례로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일명 '나이키 타운'을 들었다. 자, 오늘은 거스키의 '99센트' 슈퍼마켓을 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거스키의 '99센트' 슈퍼마켓에 압도당했다. 필자가 압도당한 이유는 단지 작품의 스케일(207 x 325 x 6.2cm) 때문만은 아니다. 그 거대한 사이즈에 담긴 이미지들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지들의 밀도감 때문이다.

거스키의 '99센트' 슈퍼마켓은 심플하면서도 고상한 '나이키 타운'과 달리 요란스런 상품들로 화면을 꽉 채운 느낌의 사진이다. 그렇다! 그것은 우리가 종종 방문하는 대형슈퍼마켓을 찍은 장면으로 보인다. 마치 질서정연하게 진열되어 있는 진열대들처럼 대량생산된 상품들도 진열대에 빼곡하지만 질서정연하게 진열되어 있다. 거스키는 그 광경을 약간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로 포착했다. 따라서 상품들은 엄청난 물량뿐만 아니라 디테일도 드러낸다. 이를테면 진열된 상품들이 어떤 상품들인지 자세히 알아 볼 수가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거스키의 '99센트' 슈퍼마켓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그렇다! 이 사진 역시 조작된 사진이다. 만약 당신이 사진을 유심히 관찰한다면, 당신은 폭소를 떠트릴 것이다. 왜냐하면 매장의 각종 상품들의 가격이 모조리 '99센트'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상품들의 가격들은 현실세계에서는 각각 다름에도 불구하고, 거스키는 그것들의 가격들을 '민주적 가격'으로 책정해 놓았다.

자, 이번에는 진열대들과 상품들을 보도록 하자. 진열대들과 상품들의 진열이 지극히 기계적이란 점이다. 거스키는 사진 속 진열대의 선명함을 얻기 위해 각각의 부분들을 독립적으로 촬영한 다음 하나로 편집해 놓았다. 거스키는 졸라 많은 상품들을 진열대와 마찬가지로 상품들의 선명함을 얻기 위해 각각의 부분들을 독립적으로 촬영한 다음 가로줄로 나누어 크기를 조절하고 재배치한 것이다. 따라서 거스키의 '99센트' 슈퍼마켓은 실재를 찍은 것이지만 결국 가공된 것이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들은 '99센트' 슈퍼마켓이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슈퍼마켓'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스키의 '99센트' 슈퍼마켓은 제프 월의 '죽은 군대는 말한다'처럼 역설, 즉 비현실적인 사진이 현실감을 더 강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거스키의 '99센트' 슈퍼마켓에는 또 다른 역설도 있다. 필자는 진열대와 상품들의 선명함을 얻기 위해 거스키가 각각의 부분들을 독립적으로 촬영한 다음 가로줄로 나누어 크기를 조절하고 재배치한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거스키는 단지 진열대와 상품들의 선명함을 얻기 위해 사진을 조작한 것일까? 와이? 왜 거스키는 상품들을 진열대와 마찬가지로 사진을 조작한 것일까? 혹 그는 상품들로 가득 찬 슈퍼마켓의 공간적인 깊이감보다 사진의 평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진을 조작한 것은 아닐까? 이를테면 비현실적인 사진을 통해 현실감을 더 강하게 드러내는 거스키의 사진은 공간의 깊이감보다 사진의 평면성을 강조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거스키는 사진의 평면성을 강조하기 위해 슈퍼마켓의 각각의 부분들을 독립적으로 촬영한 다음 촬영한 이미지를 가로줄로 나누고 크기를 조절하고 재배치하여 편집한 것이 아닌가? 와이? 왜 거스키는 '사진의 평면성'을 드러내기 위해 번거로운 작업을 행한 것일까? 왜냐하면 사진은 회화와 마찬가지로 평평한 2차원에 인쇄된 세계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알기로 사진사에서 사진을 평평한 2차원으로 자각하고 작업한 사진작가는 거스키가 처음이다.

자, 이제 왜 거스키의 사진들이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지 감 잡으셨지요? 머시라? 왜 거스키의 '라인강'이 경매시장에서 7억의 '나이키 타운'과 38억의 '99센트' 슈퍼마켓보다 비싼 49억에 낙찰되었느냐고요? 왜냐하면 거스키의 '라인강'은 '나이키 타운'이나 '99센트'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간 작품이기 때문이다. / 독립큐레이터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