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억원의 노다지를 캤다는 40대 노동자의 성공신화로 인해 전국이 이른바 「로또 복권 신드롬」을 앓고 있다. 호박이 마차로 바뀐 신데렐라처럼 추레한 일상이 반짝이는 황금빛으로 탈바꿈하는 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박·도박 공화국」 증후가 드러난 것은 이미 오래됐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대표적인 경기역행 산업이라 할 복권산업의 성장세. 1969년 주택복권 발행 이후 복권시장의 규모는 성장세를 거듭, 98년 3천300억원, 2001년 7천34억원을 넘어 지난 해에는 9천억원대로 커졌다. 여기에 경마·경륜·카지노 등을 포함하면 사행산업의 전체 시장규모는 무려 11조원에 이른다.
 도박열풍은 온라인에도 파급되고 있다. 판매사이트와 동호회가 급속히 늘었고 쇼핑몰에서도 대박 경품행사가 잇따르면서 네티즌들의 대박 꿈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한동안 잠잠했던 농촌도박, 주부도박 사건도 증가추세를 보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 것을 요구한다. 꽉 짜여진 일상 속에서 당첨을 꿈꾸며 잠시 나른한 환상에 빠지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책이며, 재산권 증식을 위한 다양한 투자 선택의 하나로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당첨 그 자체보다는 당첨을 기대하고 즐기는 자체에 의미가 있으며 한탕주의에 매몰되지 않도록 각자 정도를 지켜나가면 되지, 이를 사회적 병폐인 것처럼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덧붙인다. 실제로 직장동료들끼리나 온라인에서 공동구매하는 방법 등은 당첨확률을 높이면서도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선호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모든 행위들이 그 「정도」를 설정하고 준수하게 할 만큼 이성적 사고작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손가락 없으면 발가락으로 도박을 한다고 했겠는가. 복권을 경마, 카지노와 같은 수준으로 볼 것인가의 논의와 무관하게, 이러한 행위들이 궁극적으로 건전한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돈 흐름을 왜곡한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사회부작용을 예방해야 할 당위성이 바로 여기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일확천금의 꿈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10개 정부기관이 주택·체육·기술·복지 복권 등 49종의 복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지난 12월부터는 당첨금 상한마저 없앤 연합복권 「로또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난립한 복권사업 정리와 복지기금 충당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정부가 「도박공화국」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부의 고른 편재를 실현시키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 삶의 질을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주체가 정부라는 점을 상기할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일정 기준의 노동력 제공만으로도 삶의 기쁨을 향유할 수 있으며, 한 번의 실수가 언제라도 만회될 수 있는 경제·사회복지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현실에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져간다. 복권사업은 이런 공포감을 해소시켜야할 정부가 오히려 서민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나아가 조장한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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