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최근 파격적 방식을 구사해가며 이른바 노무현 정치의 밑그림들을 그려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여야 원내총무와 만나 초당적 국정운영 방침을 강조했으며 오늘은 한나라당사를 방문, 서청원대표와 면담을 갖고 정국현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신임 총리 지명에 관한 내용도 통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래의 통상적 관례에서 벗어나는 이 같은 노당선자의 행보에서는 의회정치 복원과 대화정치 구축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엿볼 수 있어 주목된다.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여야 총무와 직접대화를 시도한 지난 18일 회동은 노무현 정부에서 향후 변화될 국회와 행정부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노당선자 표현대로 「대통령이 정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해왔던」 시대가 지나고, 대통령이 직접 여야와 대화하며 국정현안을 해결하는 선진국형 정치 정착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이날 노당선자는 당정분리 및 3권분립의 원칙을 토대로 한 국회 중심의 국정 운영 필요성과 함께 입법부와 행정부간의 정책중심 대화를 강조했다. 상임위별 의원과의 대화와 대외·통일정책에서의 초당적 협력 등을 약속한 그는 이날 밤 텔리비전 토론에서도 「가급적 중요한 정책에 대해선 국회에 나가 설명도 하고 여야 의원들과 대화도 하겠다」고 밝혔다.
 의회를 국정 운영의 중심으로 복원시키겠다는 이러한 의지표명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실질적으로 의회운영을 좌우하는 한나라당과의 새로운 관계 모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 당선자는 지난 17일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소위 3대 의혹 사건 등을 포함한 「국민적 의혹사건」 전반에 대해 정치적 고려없는 진실 규명 원칙을 밝혔으며, 오늘 서청원대표와의 면담에서는 총리 지명을 통고할 예정이다. 전자는 야당과의 대화 채널 가동에 장애물이 되는 일체의 정치적 변수들을 제거하겠다는 점에서, 그리고 후자는 총리 지명에 따른 「사전협의」 약속을 지키는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보다 생산적인 새로운 여야관계를 점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보에는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해나가야 할 소수정권으로서 불가피한 현실적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책임주체로서 국회에 보다 자율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여야간 대화정치를 활성화하겠다는 노무현 정치가 제대로 가동된다면 한국정치는 비로소 대화와 타협에 근거한 성숙한 상생의 정치를 실현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자못 기대가 크다.
 노 당선자가 여야 및 대의회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이제 한국정치는 새로운 도전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상호불신의 높은 벽 앞에 새로운 정치실험을 주도하는 노 당선자는 물론 국민을 상대로 하는 성숙한 경쟁에 나서본 경험이 없는 여야 모두 진정한 의미에서의 환골탈태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태도이다. 노 당선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정치실험은, 한나라당이 책임있는 국정운영 주체로서 성숙하게 대응할 때 비로소 성공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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