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카드 전략을 보면 안전망 없이 공중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이미 벼랑끝 외교가 체질화된 것인지 툭하면 서커스같은 곡예를 시도 때도 없이 펼치고 있다.
 천길 낭떠러지 절벽에다 큰 바위를 올려놓고 그 밑에서 평화롭게 남북회담이나 남북경협을 이야기를 하자는 식이다. 남북은 제9차 장관급회담 1차전체회의에서 상견례를 하고 기조발언을 통해 운을 떼었으나 핵문제에 대한 남북의 시각차가 워낙 뚜렷해서 앞으로 어떻게 그 간극을 좁혀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측은 핵문제가 선결되야 경협 등 기타 실무적인 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며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탈퇴선언 철회 등 국제사회가 신뢰할만한 '실천적 조치'를 요구했음에도 북측은 민족공조를 주장하는 등 여전히 딴전을 피우고 있다.
 북측은 '비록 NPT를 탈퇴했지만 핵무기를 만들 의사가 없다'고 이율배반적인 논리를 폈다. 핵무기를 만들의사가 없다면 굳이 NPT를 탈퇴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북측은 핵문제 이야기만 나오면 북-미간 해결 사항이라며 번번히 비껴가고 있다.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은 기본발언을 통해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식화하는등 진일보한 태도를 취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핵문제 대화창구를 미국쪽으로만 내려들고 있다.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가고 있지만 한반도 허리를 여전히 동강나 있고 휴전선에서는 여전히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 이러한 긴장상태를 유지한채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것도 기실 버거운 과제인데 더구나 핵문제를 접어두고 남북교류의 실질적 방안을 어떻게 논의하겠다는 것인가.
 우리정부는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방식을 보아가면서 경협의 수위를 조절해야지 햇볕정책이라는 기조에 입각하여 퍼주기식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핵문제에 관하여 절대 들러리가 될 수 없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당장 피해 당사국은 우리이기 때문이다. 핵문제는 국가차원을 떠난 범세계적인 안보차원에서 다뤄지고 있으나 해당 국가가 그 문제에서 주변을 맴돌거나 손을 뗄 성질은 절대 아니다.
 따라서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는 북측이 그동안 회피해가고 있는 핵문제를 필히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당당한 주권국가이므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당당히 대처해야 한다.
 야구경기에서 투수와 타자는 언젠가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타자가 무섭다고 도망가는 피칭만 해서는 볼넷으로 진루만 허용하게 된다. 지금의 북핵문제는 투 쓰리, 풀 카운트를 맞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당사국인 우리가 관중석에서 경기나 관람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IAEA는 벌써 북한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페널티를 부여했다. 이대로라면 북한의 몰수패를 선언할지도 모른다. 북핵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돼야 한다는 국제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무슨 배짱인지 오불관이다.
 화전(和戰)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며 북핵문제 해결의 주역을 맡아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