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까지 오창호수도서관 2층서 '도서산간(圖書山間)'전
과거 선비들 '완상' 개념 착안 책·풍경의 아름다움 작품으로

김기성 작 침묵의 서책들. / 청주시립미술관
김기성 작 침묵의 서책들. / 청주시립미술관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청주시립미술관은 2018년도 오창전시관(오창호수도서관 2층 전시실)의 첫 번째 기획전인 '도서산간 圖書山間'을 오는 지난 11일부터 8월 26일까지 운영한다.

이번 전시는 책과 자연풍경을 주제로 전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기성(영상, 사진), 김지선(회화), 김태형(회화), 서유라(회화), 이지현(설치), 이현열(회화), 임수식(사진), 하루 K(회화) 총 8명의 작가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기획의 출발점은 예부터 우리민족에게 익숙한 완상(玩賞·즐겨 구경함)문화를 되돌아보고자 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청빈한 삶을 명예롭게 여겼던 과거 선비들의 대표적 완상 기물로는 수석이 있는데, 이때의 수석은 단순히 기이하게 생긴 돌이 아니라 거대한 자연풍경을 연상케 하는 역할을 한다. 책을 읽는 선비의 책상에 놓인 수석은 자연으로 직접 나아가지 않고도 자연의 상징물을 늘 가까이 두어 세계의 섭리를 깨치고자 하는 의도를 담은 기물이었던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책과 풍경을 함께 누리려는 이러한 과거 선비들의 완상 개념으로부터 착안해 책과 풍경의 아름다움을 미술작품으로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기성 작가는 독일과 한국의 오래된 헌책방 책장에 무심히 꽂혀 있는 책들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작가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점차 위상을 잃어 가는 책의 모습을 기록하고 나열함으로써 책 본연의 매력을 현대인들이 잃어버리지 않길 바란다.

김태형 작 마흔살의 책상. / 청주시립미술관
김태형 작 마흔살의 책상. / 청주시립미술관

회화를 전공한 서유라 작가는 다양한 책들을 극사실 기법으로 그리는 작업을 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책들은 각각의 정보를 내포하는 도구이자 개별화 된 각각의 주체로 표현된다. 층층이 쌓여진 책들은 시간성을 나타내고 작가는 이를 인류의 역사로 비유한다.

텍스트에 대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는 이지현 작가는 예술, 인문학 등 다양한 책들을 펀칭기로 완전히 파편화 시킨 뒤 다시 그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작가는 이렇게 재탄생된 책을 통해서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손바느질 사진'로 유명한 임수식 작가는 조선후기에 유행한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특별할 것 없는 현대인의 책장을 사진으로 인쇄하고 이를 손바느질 과정을 거쳐 편집된 이미지로 만들어 내는데 작가는 편집된 책장의 모습을 통해서 개개인의 관심사를 관찰한다.

영국유학시절부터 풍경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지선 작가는 덧칠과 지우기라는 반복적인 표현방법으로 본래의 형태를 잃어가는 풍경의 이미지를 화면 속에 그린다. 이렇게 표현된 이미지는 결과적으로 추상적인 요소와 사실적으로 표현된 요소들이 공존하는 모호한 풍경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모호한 풍경의 체험을 통해서 관객들이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길 기대한다.

이지현 작 dreaming book-섹스피어. / 청주시립미술관
이지현 작 dreaming book-섹스피어. / 청주시립미술관

한국화와 일러스트디자인을 전공한 김태형 작가는 가사와 육아를 하면서 느낀 일상의 소소한 감정들 불안, 우울, 환희 등의 사건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구성해 공상 혹은 망상에 가까운 동화로 들려준다.

작품 속 풍경을 현장에서 직접 사생하는 이현열 작가는 화면 곳곳에 조그마한 도상들을 숨겨 놓는다. 얼핏 보면 주변 요소들과 그럴싸하게 어우러져 있는 이 도상들은 순전히 작가의 기발한 상상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실제 그 장소에서 있었던 사건, 혹은 있을 법한 사건의 재현을 통해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로 하여금 그 공간속에 함께하고 있다는 착각의 촉매로써 작용한다.

작가 하루 K는 '맛있는 산수' 시리즈를 통해서 인간의 세속적 욕망과 정신적 욕망을 이분법적으로 재치 있게 표현한다. 전통산수화의 모습을 인간의 정신적 욕망으로 표현하고, 물질적 욕망의 상징으로 음식을 표현하는 작가는 현실과 이상의 균형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감상 가능하다"며 "매주 월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이며 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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