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낮 최고기온이 영상 35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시장과 중심상가 일대에서 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영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19일 청주 육거리시장과 성안길 일대가 찜통더위의 영향으로 종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시장에서 10년째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자(왼쪽)씨는
낮 최고기온이 영상 35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시장과 중심상가 일대에서 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영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19일 청주 육거리시장과 성안길 일대가 찜통더위의 영향으로 종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시장에서 10년째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자(왼쪽)씨는 "경기침체와 폭염으로 하루 2~3명 손님 받는 것도 어렵다"고 전했다. 2018.07.19./ 신동빈

[중부매일 메아리 박상준] 얼마 전 금강송과 거친 계곡으로 유명한 경북 울진 왕피천 생태탐방길을 걸었다. 걷는 내내 쭉쭉 뻗은 금강송과 굴참나무가 강렬한 햇볕을 차단했다. 이곳 금강송은 황장목(黃腸木)이라고 부른다. 싱싱한 나무는 껍질도 붉고 거죽을 벗겨낸 몸통도 붉어서 붉여진 이름이다. 황장목 군락을 지날 때 코끝을 스치는 송진향과 피톤치드가 머리를 맑게 했지만 심산유곡(深山幽谷)도 바람이 불지 않으니 폭염을 막을 순 없었다. 다만 맑고 차가운 계류에 발을 담근 것으로 잠깐 더위를 식혔다. 왕도 피난 갈 만큼 깊은 산속도 이럴 진데 도심은 말할 것도 없다.

삼복의 찜통더위를 견디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낮엔 숨이 턱턱 막히고 밤잠도 설친다. 특히 도시인들은 한낮뿐만 아니라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도 불쾌지수가 높다고 호소한다. 그렇다고 웬 종일 에어컨을 의지할 수도 없다. 이럴 때 첨단 과학기술로 날씨를 조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력으로 빚어낸 영화가 있다. 작년 가을 개봉한 딘 데블린 감독의 '지오스톰'이다. 가까운 미래,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에 갖가지 자연재해가 속출하자 세계 정부 연합은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인공위성 조직망을 통해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더치보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기면서 두바이의 쓰나미와 홍콩의 용암 분출, 리우의 혹한, 모스크바의 폭염까지 온갖 기상이변이 지구를 강타한다.

지구가 뜨겁게 달궈지면서 기상이변은 픽션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데스밸리는 이달 들어 낮 최고 기온이 52도까지 치솟았다.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치노에서도 48.9도가 관측됐다. 캐나다에서는 기록적인 열파(heat wave)로 인해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동부 퀘벡주에서만 7월 한달 동안 9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북아프리카 알제리 와르글라에서는 지난 5일 수은주가 51도까지 치솟으며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고, 일본 전역의 한증막 더위로 100여명의 사망자가 생기고 1만 명 이상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하기야 빙하와 설원이 연상되는 북극권 기온도 연일 30도가 넘는다니 우리나라는 그나마 다행인편이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서쪽에 위치한 티베트 고원에서 달궈진 따뜻한 공기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 상층으로 이동했고 상층과 하층이 모두 더운 공기로 유지되면서 우리나라 주변에 북태평양 고기압을 강화시킨 것이 무더위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폭염이 장기화되면 숲이 우거진 시골사람들에 비해 도시인들은 쉽게 지친다. 도시열섬현상 때문이다. 도심의 열섬은 인구가 늘어나서 녹지가 도로, 건물, 기타 구조물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바뀌면서 생겨난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표면은 태양열을 반사하기보다는 흡수하게 이로 인해 표면 온도와 그 주변의 전체 온도를 높인다. 또 도시 하늘에 떠 있는 미세 먼지나 탄산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도 열섬현상을 부추긴다. 오후 3시쯤 태양열에 직접 달궈진 콘크리트 벽면은 40~50도에 달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도시는 시골보다 훨씬 더 덥다. 그래서 사람들은 삼복더위엔 폭염의 도시를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다. 가마솥처럼 펄펄 끓는 도시는 인류의 환경파괴에 대한 자연의 뜨거운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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