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건배하고 있다. 이 날 행사는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렸다. 대화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이 참석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건배하고 있다. 이 날 행사는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렸다. 대화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이 참석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서울 광화문 한 호프집에 등장해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라는 이름으로 현장스킨십에 나선 것은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편의점주와 중소기업체 사장,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청년구직자 등이다. 모두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 근무, 낮은 고용률 같은 경제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어 정부에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문 대통령이 참모들의 보고서가 아닌 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어찌 보면 우리경제가 그만큼 위중(危重)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즉석 만남에서 민생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만큼 고용시장에 들어온 노동자에겐 도움이 되는데 당장 영세 중소기업 등엔 임금이 주는 현상이 생겼고 그 와중에 경계선상에 있던 종사자들은 고용시장에 밀려나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드수수료·가맹점 수수료·상가임대료 등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돕는 제도·대책이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며 "고용에서 밀려나는 분,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등을 적극적으로 보완 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각계 시민과의 만남으로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정책의 부작용이 폭넓고 깊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최저임금 과도한 인상이후 편의점주인 부부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도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이 대기업 근로자의 반에 반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도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중국이나 동남아 진출을 모색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과거 주5일 근무제 했을 때 기업이 감당하겠느냐고 했지만 어려움을 딛고 결국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며 구조적 개혁이 정착되면 우리 전체에게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경제가 호전되기는 커 녕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것 같은 분위기다. 한국은행 2분기 경제성장률과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온통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설비투자와 일자리마저 급감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우려도 한결같다. 지난 2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KEI)주최 세미나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이 특정지점을 넘어서면 경제 펀더멘털에 손상을 입히거나 서비스 분야의 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민생행보에 나서는 것은 서민들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이 출퇴근하면서 퇴근 때 남대문 시장에 들러 시민과 소주 한잔 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시국도 논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어떤가"라며 국민과의 스킨십에 큰 의미를 두었다. 하지만 현장의 호소에 귀를 열고 실패한 정책에 대에선 과감히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민과의 만남만 언론에 노출된다면 보여주기 식 '이벤트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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