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고고학계의 숙원인 중원문화재연구원이 청주지방법원에 설립등기를 마치고 출범을 앞두고 있다. 문화재의 발굴과 지표조사, 그리고 문헌조사및 문화재보호업무를 폭넓게 펼치게 될 중원문화재연구원의 발족은 만시지탄이나 충북의 역사적 정체성을 자리매김할 핵심적 연구기관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기실 관련학계에서는 중원문화재연구원의 발족을 갈망해왔다. 지난 80년대초 전국을 5대문화권으로 분류하면서 각 문화권에는 이를 총괄하는 연구기관이 설립·운영돼왔으나 유독 충북이 주축이 되는 중원문화권만이 이를 보유하지 못했다.
 백제문화권에는 부여문화재연구소가, 가야문화권에는 창원문화재연구소가, 신라문화권에는 경주문화재연구소가 각기 설립되어 문화권 설정에 중추적 역할을 해온데 비하여 충북은 관심부족인지, 예산부족인지 이를 총괄할 연구소를 갖지못한채 지표조사나 발굴이 필요할 경우 그때 그때마다 여전히 대학 학술단체에게 용역을 의뢰해 왔다.
 대학 학술단체에 용역을 의뢰한다고 해서 학문적 성과가 크게 폄하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경우 통일성, 기획성이 부족하고 정보의 공유나 전문인력의 확보에 아무래도 한계점을 느끼기 마련이다.
 발굴조사에는 기획발굴과 구제발굴이 있다. 기획발굴은 학문적 목적에 따라 특정 유적을 기획성 있게 발굴하는 것이고 구제발굴은 댐의 건설이라든지, 도로의 확포장 등 토목공사로 인하여 유적의 멸실위기가 있을때 취해지는 긴급조치다.
 따라서 유적의 알뜰한 발굴을 위해선 구제발굴보다 기획발굴이 선호돼야 하는데 문화논리가 개발논리에 치이다 보니 실제적으로는 구제발굴이 훨씬 더 많다.
 앞으로 개원할 중원문화재연구원에서는 범고고학계 인사가 모인만큼 상승효과를 한껏 올리고 구제발굴 보다는 기획발굴에 주안점을 두었으면 한다.
 잘 알려지다시피 충북은 삼국의 각축장으로 삼국의 문화가 혼재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의 문화재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단편적으로 여기서 신라문화 유적이 나오고 저기서 백제, 고구려 유적이 출현하는 등 성격을 달리하는 유적간의 어떤 연결성이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삼국이 모자이크된 문화의 본질과 또 혼합되어 제3의 문화를 숙성시킨 창조의 변이과정을 간과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타도에서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여 문화권의 설정에 열을 올리고 있을때에 우리는 기존의 문화재 행정만 답습하고 기껏해야 몇번의 중원문화권 세미나를 연것 밖에 없다.
 중원문화재연구원의 발족을 신호탄으로 하여 그동안 방치한것이나 다름없었던 중원문화권에 대해 다시 따뜻한 눈길을 보냈으면 한다. 부수적인 효과로는 학술단체간에 발굴조사를 둘러싼 은근한 알력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충북대의 고고학계, 역사학계 저명교수와 국립문화재연구소장, 국립청주박물관장 등을 역임한 쟁쟁한 인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발굴조사및 연구의 질도 높아지고 선사문화, 삼국문화의 특이성과 보편성도 재정립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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