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의 10일 평균가격이 배럴당 29달러를 넘어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가 에너지 절약 2단계 대책 중 일부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 및 공공기관이 11일부터 승용차 강제 10부제 시행에 들어가고 주유소와 백화점, 자동차판매소의 조명사용이 18일을 전후해 제한되는 등 사회 각 부문에 대한 제한조치가 시행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과 함께 예상되는 고유가 시대 돌입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0일간 평균 29.34달러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두바이유가는 지난 한해 평균 23.9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으며 만일 30달러를 넘어서게 된다면 제3차 석유파동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이다.
 정부는 현재의 유가가 지속 상승할 것을 대비, 옥외조명 사용제한, 영화관, 대중목욕탕 등 에너지 사용시간 제한, 도로 과다조명 소등 등의 7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만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한다면 에너지 소비가 많은 지역에 대한 제한공급을 비롯, 대형 사업장 전력 직접 부하 제어, 석유 배급제와 제한송전, 지역난방 제한 공급 등의 대책도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와 같은 고유가 추세는 석유 수입 세계 4위, 소비량 세계 6위에 이르는 석유 소비대국인 한국 경제에 일대 타격을 줄 수 있는 위기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IMF 졸업에 이어 동북아 경제블록의 중심국가로 도약을 다짐하고 있는 이 때, 유가상승으로 인한 타격은 필연적으로 경제 침체 현상을 야기할 것이어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체감되는 위기지수는 형편없이 낮은 게 현실이다. 전세계가 전운의 조짐에 불길해하고, 그 파장이 한국경제를 과녁삼아 다가오고 있는데도 이를 자각하고 경계하려는 모습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영업을 마친 상가의 간판이 홍보차원에서 환하게 켜져있는가 하면, 과도한 실내 난방 때문에 한겨울에도 반팔 옷을 입고 근무하는 풍경이 여전하니 우리의 둔감함도 실로 치명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는 무한히 공급되는 자유재가 아니라 공급이 한정돼있는 경제재라는 인식이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의 생활화는 단기적으로 이라크전 발발에 따른 고유가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나가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고유가국면이 지나고 난 뒤라도 에너지 절약을 우리의 항구적인 생존전략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고유가 국면은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근검절약의 미덕을 시대착오적인 규제 정도로 치부하고 생활 전반에 허세와 사치가 스며들었던 점을 깊이 반성하고 현명한 에너지 소비활동을 생활화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실내 난방온도를 1도만 낮춰도 난방에너지를 7% 절약할 수 있으며 비영업장소의 점등시간을 1일 5시간만 단출해도 서울에서만 1년간 325Gwh의 전력이 절약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등 먼저 끄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속옷 입기 등 가정과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사소한 실천 만으로도 우리 경제는 고유가시대 타격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일어설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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