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에 오르는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1924년 에베레스트 등반대원이었던 조지 말로리란 사람이다.
 최초의 에베레스트 정복자인 N.텐징은 『산에는 우정이 있다. 산만큼 사람과 사람을 친밀하게 하는 것은 없다. 어떤 험한 곳이라도 서로 손을 잡고 마음은 하나가 된다』고도 했다.
 맞다. 산이 거기 있기에, 또 우정이 있고 마음이 하나가 되기에 산에 오르는 것을 등산이라고 한다. 등산의 기쁨은 뭐니 뭐니해도 상봉을 정복했을 때 가장 크다.
 대한민국 제 15대 대통령의 임기를 이제 6일여 남겨놓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도 일생에서 제일 기뻤던 날은 「DJP」란 정치게임으로 권력의 상봉을 정복했던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암울했던 시절, 인동초라 불리우며 민주투사의 험난한 길을 걸어왔던 고난과 역경이 있었기에 더욱 감회가 새롭게 다가왔을 것이다. 또한 임기중에 분단 50년만에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노벨상까지 받았으니 이 얼마나 영광이었던가.
 허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대통령의 권좌에 앉은 이후 햇볕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온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말을 보면 그렇다.
 가신 그룹의 해체와 함께 검은돈에 얽힌 비리로 두 아들이 감옥으로 갔다. 그러한 가운데 임기말을 맞으며 2000년 대북송금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여기에 절대로 그렇지 않기를 두손 모아 빌지만 노벨상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어 안타깝다.
 법을 어긴 대북송금은 결국 평화와 국익을 위해 수용했으며 이는 곧 통치행위라고 보호막을 치면서도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며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노회한 대통령의 모습은 차리리 측은 하기까지 했다.
 현대란 재벌의 대북협력사업에 따른 대북송금이 왜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통치행위이며 대북송금에서 어느부분이 어떤법을 어긴 것이며 책임은 어디까지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어 국민들을 더욱 헷갈리게 한다.
 더욱이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송금액이 2억달러라고 했으나 은행에서 불법대출을 받고 북한으로 송금을 주도했다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은 16일 『북한에 5억달러를 줬다』고 밝혀 또다시 3억달러의 출처와 송금루트 등에 국민적 의혹이 눈덩이 처럼 쌓이고 있으나 이에대해 청와대나 현대는 말이 없다.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나 현대는 「햇볕정책이나 대북사업에 따라 북한에 준 돈은 모두가 국익을 위해서 한 일이니 국민들은 자세히 몰라도 된다.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라. 너무 많이 알면 다친다」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는 오는 25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에 앞서 24일 구중궁궐인 청와대에서 이사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고생했다」고 박수를 보낼 국민은 없다.
 지난 2001년 9월 「DJP」공조가 깨진 이후 그해 11월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2002년 5월 민주당을 탈당하며 정치와 선을 근 김대중 대통령도 예외없이 역대 대통령들의 전철을 또 밟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은 참으로 대통령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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