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소방복합치유센터 건립 후보지 현지실사단이 지난 6일 충북혁신도시를 방문한 가운데 조병옥 음성군수사 한국고용정보원에 준비된 브리핑 장소에서 후보지에 대한 교통, 건설 여건 및 주변시설 현황 등 입지 여건에 대해 설명하고다./ 음성군청 제공
소방복합치유센터 건립 후보지 현지실사단이 지난 6일 충북혁신도시를 방문한 가운데 조병옥 음성군수사 한국고용정보원에 준비된 브리핑 장소에서 후보지에 대한 교통, 건설 여건 및 주변시설 현황 등 입지 여건에 대해 설명하고다./ 음성군청 제공

[중부매일 경제칼럼 홍양희] 작년 말 제천 스포츠센터, 올해 초 밀양 세종요양병원, 얼마 전 세종시 아파트 신축 건설현장에서 안타까운 인명을 앗아간 대형화재 등 크고 작은 화재들은 계속되고 있다. 매서운 화염과 유독가스 가득한 현장에는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을 위해 부족한 장비와 인력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사투를 벌였던 소방관이 있었다. 화재, 붕괴, 환자 이송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소방관의 39%가 외상을 입고 스트레스장애(PTSD)까지 앓고 있음에도, 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전담병원이 없던 차에 그들의 근무환경에 특화된 12개 내외의 진료과목을 갖춘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충북(진천음성)혁신도시에 둥지를 틀게 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분권화와 지방자치로 화장장, 공원묘지, 분뇨처리장, 쓰레기매립장 등 비선호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님비현상(NIMBY)이 도를 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산업단지, 대학교, 종합병원, 국제행사 등 복지증진과 재정수입 증가가 예상되어 지역에 이익이 되는 선호시설은 '우리 동네에 꼭 들어와야 한다'는 핌피현상(PIMFY)이 부각되면서 자치단체마다 각각 뿔을 세워 다투는 극렬한 상황이 팽배해 있다. 그런데 이웃한 지방자치단체인 중부4군(괴산, 증평, 진천, 음성)이 상생발전협의체를 구성하고 실무진들의 치밀한 기획이 뒷받침 되어 전국 62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소방복지치유센터의 성공적 안착을 일궈냈다는 점은 선진적 수범사례로써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생활권이 광역화되고 자치단체간 교류 또한 활성화되면서 국가차원의 사업이나 주변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수요가 급속하게 증대되고 있으나, 결실은 특정 자치단체만 독점하고 실패할 경우 책임전가가 비일비재하여 잘돼야 본전이라는 협력에 대한 부정적 가치관이나 태도 때문에 탄력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선거에 의해 당선되는 자치단체장은 유권자의 투표행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한 3개 자치단체의 통 큰 양보는 그 의미가 크다. 특히, 그간 진천과 음성은 가장 이웃한 자치단체이면서도 혁신도시입지, 국책기관을 비롯한 기업유치, 인구유입과 증가 등 사안마다 갈등과 경쟁의 뿔을 세웠던 경우가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군수와 지방의원들이 주민 설득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으로 큰 결실을 일궈 냈다는 점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중앙정부차원에서도 협력을 촉진하는 법과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마저 미흡하여, 협력사업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실효성이 높지 않은 실정이었다. 지리적 접근성과 균형발전이라는 논리적 적합성에 더하여 이웃 자치단체들이 극적인 양보를 통해 한 쪽의 손을 들어주고 기탄없이 지원의사를 표명하는 모습을 정성적으로 높이 평가하였다는 점 또한 국가단위 대형사업 추진에 있어서 좋은 선례가 아닐 수 없다.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이제 사업을 수주한 만족감에 안주하지 말고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가 차근차근 실현되는지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충북도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TF팀 구성과 함께 인프라 및 복지시설 확충 등 제반 실행 계획은 물론, 150억원 규모의 지방비 분담 그리고 지역주민까지 이용하는 종합병원으로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운영프로세스 구축과 실행은 상호 신뢰에 기반 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수개월 동안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노력한 실무자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한 기제를 제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협의체간 형평에 입각한 성과의 공유체제 확립은 물론 쌍방향적 의사소통으로 추진과정과 운영에 있어 '신뢰'를 공고히 하는 것이야말로 향후 국가사업 발굴과 수주를 통해 '작지만 강한 충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부4군의 상생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의 협의체에 기꺼이 동참하고 양보를 통해 밝은 내일로 가는 결실을 얻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한 모든 분께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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