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새 대통령이 어제 취임하였다. 헌정 반세기 동안 벌써 열 여섯번째 대통령이다. 시대의 흐름으로 본다면 21세기 들어 첫번째로 뽑힌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참으로 막강하다. 국정 전반에 걸친 최고 책임자인 동시 국군 통수권자이다.
 권한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책임이 있기 마련이다. 권한만 누리고 책임 질줄 모르는 제왕적 대통령을 이제 우리 국민은 원하지 않는다.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 슬로건이 말해주듯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청산하고 정치의 저울에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달아야 한다.
 노대통령이 취임함으로써 우리는 40여년동안 이합집산과 갈등으로 얼룩진 3김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조차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3김 시대 정치 청산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다. 이제 노대통령은 싫든 좋든 3김시대가 남긴 정치적 유산과 아픔을 치유해야 한다.
 세계사의 수레바퀴는 지중해~대서양 시대를 마감하고 태평양 시대를 열고 있다. 조용히 침묵하던 아침의 나라 대한이 평화와 번영의 날개를 날고 태평양 하늘을 비상하고 있다.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의 중심축에 우리가 우뚝 선다는 위대한 청사진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북의 허리는 여전히 끊겨 있다. 금강산 육로관광, 개성공단 추진 등 남북의 허리잇기 작업이 일각에서 시도되고 있으나 그것은 심정적 복원에 불과하다. 이를 발판으로 국토의 허리를 이어, 종당에는 남북이 하나되는 통일의 원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북핵의 그림자와 대구 지하철 참사가 없었더라면 참으로 좋은 봄날일 터인데 전쟁의 공포와 모래성같은 총체적 부실 문화가 새 정부의 십자가로 남는다. 세상이란 좋은 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좋지 않은 일에도 대응하고 때로는 포용하는, 용광로같은 정치철학을 가져야 한다.
 지역갈등 극복은 노무현 정부의 명제다. 지난번 대선까지도 끈질기게 고개를 든 지역 감정을 어떻게 추스려 나가느냐는 새 정부의 피할 수 없는 몫이다. 백제의 장인 아비지(阿非知)가 신라로 초빙되어 황룡사9층목탑을 세우고 백제의 서동(무왕)이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한 역사의 전례를 거울삼아 가야의 총각이 고구려의 처녀와 신방을 꾸미는 그런 날이 둥둥둥 하늘 북을 치며 다가오길 고대한다.
 지금까지의 정치 형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전하는 '상명하달'이었고 외길 밖에 없는 '원 웨이'시스팀이었다. 인류의 생활양식을 바뀌놓은 인터넷의 속성처럼 앞으로는 전자정부의 출현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따라서 정책이나 정보의 전달은 과거의 '원 웨이'에서 '투 웨이'로 바뀌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룩돼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국민참여다.
 아날로그 시대는 물러가고 디지털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이 추세에 따라 사회의 제반 요소들이 디지털로 옷을 갈아 입고 있지만 종이와 컴퓨터가 공존하듯 옷을 입는 주체는 상당수가 아날로그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두 방식이 대결이 아닌 이상적인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의 생활문화에는 긍정형과 부정형이 동시에 존재한다.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부정적 사고보다는 긍정적 사고가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이라는 대승적 과제에 도움이 된다. 축하할 일은 축하하고 좋은 것은 좋다고 인정하는 긍정적 가치 인프라의 구축이 아쉽다.
 국민이 대통령입니까? 서민이 잘 살게 됩니까? 지방 분권 합니까? 라는 질문에 요즘 유행하는 노태통령의 말씀 패러디처럼 '맞습니다, 맞고요' 라고 퇴임때까지 초지일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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