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평화적 무장해제의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내용의 새 결의안을 미국과 영국, 스페인이 지난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미국이 중동지역에서의 여름철 전쟁수행에 따른 군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최종 공격시한을 3월로 잡고 있는 만큼 새 결의안의 안보리 통과 여부는 이라크 사태에 관한 전지구적 논쟁의 마지막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조지 부시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라크 사태의 군사적 해결주장은 현재 전세계를 찬반진영으로 양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프랑스, 러시아, 독일이 무력사용 대신 무기 사찰의 연장을 주장하면서 전쟁불사론에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향후 유럽의 주도권을 쥐려는 영국과 프랑스의 미묘한 알력이 드러나고 있으며, 동유럽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달러외교가 유럽의 분열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 사태의 국제적 처리를 떠맡게 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의 선택에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각서를 제출한 프랑스, 독일, 러시아와, 이들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9개국 이사국 중 결의안 통과에 필요한 6개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미국 등의 활발한 외교전이 긴박하게 펼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자국의 국가이익과 세계평화라는 대의명분 사이에서 장고를 거듭하며 분열양상을 보이는 것은, 미국 등의 이라크 침공 주장이 전세계의 지지를 확보할 만한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은 이라크의 유엔 안보리 결의 미준수와, 대량살상무기로 인한 국제평화 위협 등을 명분으로 전쟁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를 정당화할 만한 구체적 증거도 없는데다, 이라크가 전쟁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예방할 만한 즉각적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전세계 수백만 인파가 전쟁반대를 소리 높여 외쳤으며, 현재 각 국의 평화운동가들이 '인간방패'를 자처하며 전운이 감도는 이라크로 모여들고 있는 것은 이 전쟁이 대의명분 차원에서 이미 이길 수 없는 전쟁임을 웅변하고 있다. 또한 지난 24~25일 열린 제13차 비동맹운동(NAM) 정상회담에서 유엔의 승인없는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성명서가 채택됐으며, 자국내 치열한 반전여론에 부닥친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라크에 대한 무장해제 최후 시한 통보 결의안 표결과 관련, 심각한 정치적 패배가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보름전까지만 해도 60%를 넘어서던 전쟁 지지율이 수그러들면서 미국내 반전여론이 득세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지난 21일까지 워싱턴 D.C, 볼티모어 등 모두 104개 도시와 메인주 상·하원, 하와이주 하원등이 미국의 이라크 선제공격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100여곳의 도시와 주가 유사한 결의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쟁만이 유일한 선택임을 강변하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강경 전쟁론자들은 전세계에서 날아드는 평화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거명된 북한과 민족공생의 혜안을 나누어야 하는 숙명을 지닌 한국민들에게 이는 더욱 절박한 요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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