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감상 넘어선 '사운드' 소통
헤드셋 끼고 전시장 드로잉 탐색…바흐 변주곡 재해석 연주곡 전시

김서량x신이피 작 창문 없는 관측소(부분), 싱글 채널 비디오, 2018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청주시립미술관 분관인 대청호미술관은 오는 9월 2일까지 '2018 대청호미술관 전시지원 공모'에 선정된 권병준×양지원, 김서량×신이피, 이예린의 전시를 지원하는 '미세한 기울임-Slightly Inclined Ears'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지역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사운드아트를 중심으로 한 3팀의 전시를 소개하는 것으로 관람객에게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8 대청호미술관 전시지원 공모'는 동시대 미술 현장을 가늠할 수 있는 참신하고 실험적인 전시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동안 진행해온 '대청호 프로젝트 공모'의 '자연과 환경'이라는 한정된 공모주제에서 벗어나 자유주제의 전시공모전으로 진행됐다. 이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 3팀(권병준×양지원, 김서량×신이피, 이예린)의 작가를 선정했다.

이번 공모에 선정된 3팀의 전시는 시각예술에서 가장 오랫동안 몰두해온 시각적 감상보다 주로 '사운드' 중심의 뉴미디어 매체를 사용해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관객과 함께 상호소통하고 있는 점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권병준x양지원 작 씨-음 설치 사운드, 드로잉, 무선헤드폰-가변크기-2018

1전시실은 소리와 관련한 하드웨어 연구자이자 사운드를 근간으로 하는 미디어아티스트 권병준 사운드아티스트와 그리기(이미지)와 쓰기(문자)의 성질과 관계를 탐구하고 있는 양지원 작가의 2인전 '씨-음'전을 전시 한다. '씨-음'의 뜻은 씨앗을 뜻하는 '씨'와 음계 중 첫 번째 음인 '도(c)'를 의미한다. 양지원의 드로잉과 권병준의 사운드가 미술관 현장에서 직접 제작, 편집돼 자유롭게 설치되고, 관람객은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위치인식 헤드셋을 끼고 전시장 벽, 바닥 곳곳에 그려진 드로잉을 찾아다니면 각 장소마다 다양하게 전송되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따라서 관람객은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고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닌 전시장 안에 설치된 드로잉과 소리를 듣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한다. 이를 통해 전시 공간에서 시각과 청각이 교차되는 현대미술의 공감각적 심상을 느낄 수 있다.

2전시실 '창문 없는 관측소'전은 김서량 사운드아티스트와 신이피 작가의 전시다. 두 작가는 '대청호'의 기후와 생태적 변화과정을 관측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전시 준비기간 동안 대청호 곳곳을 다니며 지리, 환경, 생태적 변화와 현상들을 탐사하고 영상, 사운드 등으로 기록한 뒤, 각자의 작업 방식을 도입해서 작품을 제작한다. 김서량은 대청호 인근장소인 문의, 대청댐, 구룡산, 문의대교를 탐색하고 수집한 결과물들을 소리와 시간의 풍경을 사운드, 사진, 영상 등 디지털 매체로 기록하고 편집하여 보여준다. 반면에 신이피는 실어증에 걸린 화자가 창문 없는 관측소 안에서 바라본 바깥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내용의 영상작업을 통해 대청호를 탐사를 다니면서 목격한 풍경, 날씨, 환경의 변화에서 받은 영감을 문학적으로 표현한다. 두 작가는 같은 장소를 바라보지만, 전시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표현방식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해볼 수 있다.

이예린 작 '하얀선율' 연작의 no.2, 골드베르그변주곡에 대하여-GV spl40-캔버스 위에 과슈, 색연필-2018

3전시실 이예린의 '하얀선율'전은 작가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보여준 음악과 시간의 탐구의 연장선으로 '악보 거꾸로 쓰기'를 통해 음악이나 소리의 시각적 형태를 변형시키는 실험에 도전한다. 소리의 기본 형태는 공간성보다는 시간성을 지닌 비물질적인 요소이나, 악보라는 기호 형태로 기록되어왔으며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기록방식으로 하나의 독립된 매체로써 발전, 전승돼왔다. 작가는 바흐의 '골드베르크변주곡'의 악보를 캔버스 위에 거꾸로 쓴 드로잉과, 그것을 악보로 만든 뒤 연주한 음악을 함께 전시한다. 이는 악보 드로잉으로 시각화한 소리가 다시 새로운 음으로 재탄생함과 동시에 작가가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듯 변형된 음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대청호미술관 관계자는 "대청호미술관 공모전이 해가 갈수록 뛰어난 역량을 가진 작가들이 지원하고 선정되고 있다"며 "3팀의 작가들 전시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개막이 열린 지난 6월 29일은 권병준의 사운드 퍼포먼스로 시작했다면 전시가 끝나는 9월 2일에는 김서량 작가의 사운드 퍼포먼스 등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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