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마전선이 물러가면서 찜통더위가 이어진 26일 청주도심 곳곳이 땡볕에 달아오르면서 주요도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폭염주의보를 발령하고 노약자와 어린이들의 야외활동 자제를 당부했다./신동빈
장마전선이 물러가면서 찜통더위가 이어진 26일 청주도심 곳곳이 땡볕에 달아오르면서 주요도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폭염주의보를 발령하고 노약자와 어린이들의 야외활동 자제를 당부했다./신동빈

[중부매일 사설] 대서(大暑)도, 중복(中伏)도 지났지만 폭염의 기세가 도무지 꺾이지 않고 있다. 오늘 서울의 낮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가고 청주·대전·광주등 대부분 내륙지방도 37도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보됐다. 가마솥처럼 펄펄 끓는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대지를 식혀줄 장마와 태풍을 고대하고 있지만 한반도를 지나친 태풍은 외려 더위를 부채질 하고 있다. 일본열도를 지나며 열대저압부로 세력이 약화된 12호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태백산맥을 넘은 동풍이 수도권을 비롯한 서쪽 지방에 고온 건조한 현상을 초래하며 최악의 더위를 몰고 왔다. 한낮 폭염과 열대야등 이상기온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감도 증폭되고 있다. 특별재난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한 상황이다.

불볕더위가 3주 가까이 기승을 부리는 반면 가뭄이 지속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 가축, 농작물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충북 역시 재난 수준의 타격을 받고 있다. 충북에서만 온열환자가 100여명이 넘어서면서 더위에 약한 노약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땡볕에 복숭아, 사과 등 2.5㏊의 과수원에서 과수열과가 발생하며 상품성을 상실한 과일이 쏟아지고 폐사한 가축이 벌써 23만 마리를 웃도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또 예년에 비해 보름정도 짧은 장마로 강수량이 부족해 인삼, 고추, 옥수수 등 밭작물이 말라죽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어온 농업인들에겐 여름철 폭우로 농작물이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것 만큼이나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도시지역에선 정전사태도 잇따르면서 냉방장치가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인천과 부천, 전남 화순등지의 아파트단지에서 전기가 끊기는 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전력은 이들 아파트에서 갑자기 전력 사용량이 늘면서 자체 차단기가 내려가거나 변압 시설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피해는 지금부터다. 기상대가 8월 중순까지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도·농을 막론하고 피해가 확산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어제 "이번 폭염은 특별재난에 준하는 것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이 상시화·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폭염 대비도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또 "정부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 개정 이전에라도 폭염을 특별재난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절하고 올바른 인식이다.

이 총리 말처럼 폭염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해를 거듭 할수록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미국·캐나다, 아프리카, 일본 등은 수은주가 40~50도에 달해 수많은 사상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유사시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폭염을 피하기 힘든 취약계층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폭염이 자연재난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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