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속에 경로당을 찾은 노인들은 몇몇이 둘러 앉아 1백원짜리 내기 화투를 치고 윗목에서는 장기판에 훈수를 두는 노인들로 조금은 시끌벅적하다.
 이때 다섯 사람이 경로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화투를 치거나 장기를 두고 또 옆에서 훈수에 열을 올리던 노인들이 이들을 반긴다.
 『아이구 어서 오세요. 어떻게 이런 어려운 걸음을 다 하셨는지요』라며 경로당에서 총무일을 맡아보는 할아버지가 인사를 한다.
 그러자 또 다른 노인이 『이거 우리 경로당의 영광이네유. 한분도 아니구 나라를 위해 누구보다도 큰 일들을 하셨다고 하는 으른들이 함께 오셨으니 말이유. 날씨가 차니 어서 아랫목에 앉으시유』하며 자리를 권한다.
 경로당에서 매일 만나 노년의 일상을 함께 즐기며 생활하고 있는 이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날 경로당을 찾아온 이들에게 다과를 내놓는다.
 이때 한사람이『사실이지 우리가 함께 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나만해도 옆에 있는 이사람과는 오랜 친구사이였지만 지금은 보기가 싫소』라고 말하며 몇 없는 앞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그러자 『그것은 맞는 말이요. 나 때문에 오랫동안 곤혹을 치렀으니 친구의 우정이 남아 있겠습니까만. 실은 나도 그 땐 어쩔수 없는 입장이긴 했지요. 여러분 정말로 믿어 주셔야 합니다』하며 미안해 한다.
 할머니들 사이에 앉아 있던 사람도 『나도 솔직히 말해 이곳에 같이 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내가 늘 대도(大道)를 좋아했기에 오늘 이렇게 같이 온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조금은 우쭐하는듯 하다.
 이때 장기를 두었던 할아버지가 『암 그렇고 말고요. 어찌됐건 나라의 큰 일들을 하시다 보면 친구의 우정이나 또는 동지로서 맺은 믿음과 의리도 때론 상할 수가 있지요. 그러나 이제는 오해가 있으면 서로가 푸셔야죠. 나라의 어른들이셨잖아요』하며 다과를 권한다.
 다과를 받아든 한사람이 『전에 살던 집으로 이사온지 얼마안돼 아직 짐 정리도 끝나지 않았지만 오늘 이렇게 찾아온 것은 경로당에 전입신고 한다는 마음에서 왔습니다. 아무쪼록 앞으로 많은 협조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우리들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평화상 값은 해야 하지 않겟소』라고 인사를 한다.
 아무 말이 없는 사람 옆에 있던 할머니가 『아 그리들 하세요. 이렇게 함께 찾으시니 얼마나 보기 좋아요. 오늘은 자식들한테 자랑거리가 생겼네요』라며 수다를 떤다.
 『이제는 우리 늙은이들과 벗을하며 재미있게 지냅시다. 그리고 다음에 오실 땐 왜 있잖소. 늘 두번째 자리에 있던 그분도 함께 하시지요. 그리고 어른들 모두 그동안의 몸고생 마음고생 모두 털어내고 술 한잔씩 받으시지요』라며 한 노인이 막걸리를 권한다.
 『막걸리 안주로는 남해의 멸치나 목포의 홍어가 참 좋지요잉. 영덕의 대게도 고만이제』라며 한 할머니가 입맛을 다시자 한노인이 『아, 할멈이 홍어맛을 알아, 게맛을 알아. 못하는 소리가 없어!』라고 무안과 핀잔을 주는듯한 큰소리에 눈을 떳다. 휴일의 낮잠에서 꿈을 꾼 것이다. 벌써 춘곤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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