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개혁을 주도해 왔던 검찰이 참여정부에서는 거꾸로 개혁의 수술대 위에 올랐다.
 노무현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TV 합동토론회 등을 통해 검찰 등 핵심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의지를 누차에 걸쳐 표명해 왔다
 그런 대통령이었기에 검찰개혁과 관련, 검사들의 항의(?) 분위기가 감지되자 지난주 일요일 오후 TV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평검사들과 공개토론을 가졌다.
 토론 직후 김각영전검찰총장은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노대통령의 진의에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새검찰총장으로 송광수내정자를 비롯, 검사장급 이상 38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됨으로써 격앙됐던 검찰내부의 분위기도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상 최초로 시도된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대화는 국민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했다.
 검사들은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본연의 업무를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검찰에 대한 전반 여론은 호의적이질 못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토론회 직후 청와대와 대검찰청 홈페이지에는 검사들을 비판하는 각종 글들이 수도 없이 쏟아졌다.
 새로운 유행어도 등장했다.
 아버지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자식, 학번과 학벌을 들먹이는 사람을 일컫는 [검사스럽다]는 신조어도 네티즌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번졌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과 국민들까지 검찰에 비판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노대통령은 얼마전 3.1절 기념식장에서 참여정부에서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치검사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로 그동안 위정자들은 검찰조직을 통치권의 수단으로 활용, 야당탄압 등에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또한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여론을 거울삼아 뼈아픈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변화의 도도한 물결이 흐르다 보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부류도 더러 있다.
 때문에 인적청산을 당할 이유가 없는데, 대상에 올랐다며 당랑지부(螳螂之斧) 운운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간부급의 시위가 이해안되는 것도 아니다.
 반면 서열에만 집착, 승진한 후배 밑에서는 일할 수 없다며 선배들이 나가는 검찰문화의 구태는 버려야 한다.
 "직위란 눈위의 기러기 발자국과 같아 눈이 조금 내리고 바람이 약간 불어도 없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공인의 삶입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새정부의 개혁을 비판하는 글을 검찰의 내부통신에 올리면서 소동파의 글을 인용, 직위에 연연하지 않는 자신의 심정을 그렇게 피력했다.
 [눈덮인 산길 걸어갈 때 행여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네.]
 그러나 서산대사가 지은 선시(禪詩)는 눈바람이 몰아치면 금방 없어질 발자국일 지언정 뒷사람의 길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행보를 촉구한다.
 평검사들이 수사 청탁자의 신상명세서를 공개함으로써 외압을 차단하겠다는 방안을 찾고 있다.
 뒷사람을 의식하는,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려는 발자국들이 많아질 때 검찰은 비로소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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