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계절이 다가오면서 다시금 청주 무심동로에 차없는 거리를 만들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오는 12~17일까지 예정된 청주 시민의 날 행사를 전후로 흐드러지게 피어날 벚나무 터널을 시민축제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시적인 차량통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통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길목인 청주대교~운천교간 무심동로의 일부 차량통제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야기시킬 것이다. 벌써 몇 년째 차없는 거리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거절해 온 시당국으로서도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심동로의 차량통제는 자동차우선의 도시환경을 반성케하는 시민 위주의 공간 조성을 통해 축제 본연의 의미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무심천변을 하얗게 물들였다가 봄비 한 자락에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마는 벚꽃의 자태는 청주시민이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너 명이 서면 꽉 찰 좁은 인도에 잡상인들과 불법주차 차량들이 뒤엉키는 무심천변은 가족들과 함께 벚꽃이 전하는 봄소식을 음미하기엔 너무 열악한 공간이 되곤 한다.
 그런 만큼 벚꽃이 활짝 피는 일정 기간, 특히 휴일을 전후한 며칠간 저녁 시간대 청주대교~제1운천교 구간의 도로를 통제한다면 부푼 가슴으로 찾아왔다가 짜증만 안고 돌아가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더없이 효과적일 것이다.
 시에서는 교통소통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만 불법주차와 밀리는 인파 때문에 거의 주차장화되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곤했던 경험을 돌아본다면 교통통제에 따른 불편함은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다만 야시장 개설을 끈질기게 요구하면서 시당국과의 마찰조차 불사하는 일부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는 깊은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 또한 교통통제 불가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잡상인 출입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무심동로의 차없는 거리 지정은 실질적인 시민축제로 자리잡아가는 벚꽃 놀이를 진정한 의미의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된다. 축제란 꽉 짜여진 일상의 질서를 깨는데서 오는 탈질서와 파격의 쾌감을 본령으로 한다. 언제나 자동차가 점령했던 아스팔트를 온 가족이 누비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면 다소간의 교통불편과 행정상 어려움에 따른 충돌 같은 건 참아낼 수 있는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게 바로 축제의 힘일테다.
 더욱이 종전과 같이 좁은 인도를 한 방향으로만 오가게 하는 구조가 아니라, 긴 사각형의 광장이 하나 생기게 되니 사방에서 모여들고 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창조적인 축제문화가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마련된 시민광장에 뜻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작은 공연도 하고, 자발적 난장도 마련된다면 그저 오가며 눈요기에나 만족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풍성한 잔치마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심동로의 차없는 거리 지정을 전제로 이에 따를 문제점들에 대한 대비책을 모색하려는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또 일단 한 번 해봐야 뭐가 문제인가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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