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로 이름난 이탈리아의 베니스는 시 재정 운용이 좀 특이하다. 베니스는 예산 편성시 전체 예산중 비엔날레 예산을 우선 떼어놓고 나머지 예산으로 상하수도, 도로보수 등 시 살림을 꾸려간다.
 이러한 문화 우선 정책은 시의 오랜 전통과 예술지상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베니스하면 생각나는 것이 '물의 도시'라는 점과 더불어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그리고 '베니스 비엔날레'를 대뜸 떠올리게 된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전국 어딜 가보아도 '문화 창달'을 한결같이 표방한다. 그러나 실제의 예산 편성이나 문화 인프라를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충북민예총과 충북도가 문화행정을 놓고 한판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지방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다. 같은 사안인데도 행정과 예술인 사이의 간극이 크다.
 예술인들은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의 국감 자료를 인용, 제시하며 맹공을 폈고 충북도는 나름대로의 자료를 제시하며 반격했다. 전국 16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예산배정, 문예기금 조성, 도서관, 예술단, 문화재단 등 7개부문을 종합 평가한 이윤성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충북은 1백점 만점중 겨우 29점으로 대구와 함께 꼴지를 차지했다.
 예술인들은 이를 토대로 문화정책의 미흡을 지적하며 문화예산의 확충과 더불어 도립예술단의 창단, 도립미술관 설립 등 문화 인프라의 대폭적인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충북도의 입장은 좀 다르다. 우선 공립 공연장이 도내에 11개소나 있고 관광 분야를 제외한 순수 문화예술 예산은 1.8%로 강원도보다 많으며 예술단의 창단은, 창단보다 운영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대답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충북도의 문화 행정은 타도보다 앞서가는 점도 일면 있지만 대체로 낙후된 점이 더 많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충북도의 예산은 아니지만 지난 80년대 초, 지역개발기금을 조성하여 문예공모사업을 편 것은 타도에 앞서가는 조치였고 그 영향으로 충북도 예산으로 조성하는 문예기금이 태동하여 현재 80억여원에 이른다.
 그러나 문화예술 전체적인 면에서는 낙후도 충북이라는 불명예를 말끔히 씻지 못하고 있다. 예산도 부족하고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문화예산은 삭감대상 1호로 도마위에 오르기 일쑤였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문화의식의 부재가 빚은 현상이다.
 지방 분권화 시대에 지방문화의 창달은 시대적 소명이다. 이 소명을 수행하려면 민·관이 2인3각이 되어 힘을 합쳐야 한다. 지자체는 지자체 대로 문화정책에 심혈을 쏟고 예술인들은 예술인대로 자생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자체의 의지와 예술인들의 자생력이 힘을 합할때 비로소 '문화 충북'은 구현되리라 본다. 도민에게 필요한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문화를 하나의 치장도구로 보지말고 삶의 본질로 보는 문화마인드가 바로 그것이다.
 문화마인드가 폭넓게 확산된다면 문화예산의 확충과 인프라 구축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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