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 전경. / 뉴시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 전경. / 뉴시스

[중부매일 사설] 노후에 생활난을 겪지 않으려면 4종세트를 갖춰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등 네가지다. 이중에서 가장 믿음직한 것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의무적 연금제도이다 보니 가입자가 많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급하기 때문에 실수령액이 다른 연금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와 경제성장률 둔화 등의 영향으로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연히 보험료 인상설도 등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을 뒷받침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어두운 소식이다.

정부는 최근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통해 기금이 2056∼2057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60년에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던 2013년의 3차 재정추계 때보다 3∼4년 앞당겨진 것이다. 국민연금의 고갈은 인구감소와 경제악화의 영향이 크다. 예상보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기대수명은 늘면서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 등 급격한 인구변동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면서 보험료를 낼 가입자는 감소하는데, 연금을 받을 노인은 늘고 연금수급 기간도 길어지면서 재정 상황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3%를 밑도는 경제성장률 전망도 악재다.

다음 수순은 뻔하다. 국민연금이 재정적으로 장기간 지속할 수 있게 연금수령 나이를 지금보다 더 늦추거나 국민연금 의무가입 나이를 현행 연금수급 연령(만 65세)에 맞춰서 65세 미만으로 단계적으로 5년 정도 더 연장하는 방안이 나올 공산이 크다. 국민연금연구원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를 고려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수령 나이를 67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공단은 635조원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 증시의 7%를 차지할 만큼 큰손이다. 이 거대한 기금을 운용할 핵심인력이 코드인사 논란과 외압, 기금운용본부 지방이전등으로 줄줄이 사표를 던지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적임자를 찾지 못해 1년째 공석이고 기금운용의 핵심축인 해외대체실도 1년 이상 후임 실장을 구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장기 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기금 운용은 안정성,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은 수익성이다. 기금운용 전문가들이 짐을 싸는데 수익률이 좋을 리 없다. 수익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기금 고갈이 5년 정도 앞당겨진다고 한다.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7.28%였다. 그런데도 미국 캘퍼스 연기금 수익률(15.73%)과 일본 공적 연기금 수익률(11.03%)보다 낮다. 올 처럼 연 1%대의 기금 운용 수익률이라면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감은 버리는 것이 낫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언론인터뷰에서 "기금 운용에 외압이 작용하면 시장은 왜곡되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조만간 다가올 심각한 현실이다.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국민연금은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기금운용실패로 다음세대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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