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평면성 강조 담아
선명도 극대화·밀도감 최적, 평면가공예술 새지평

마이크 세코스키(1923~1989)의 만화 (좌).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 행복한 눈물 1964(우)

당 필자, 지난 연재에서 경매시장에서 거스키의 '라인강'이 7억의 '나이키 타운'과 38억의 '99센트' 슈퍼마켓보다 비싼 49억에 낙찰된 이유를 '한 걸음 더 들어간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중얼거렸다. 한 걸음 더 들어간 작품? 그것을 설명하려면 '회화의 평면성'에 대해 먼저 언급해야만 할 것 같다. 1950년대 미국의 미술평론가 그린버그의 '회화의 평면성' 논리는 장구한 서양미술사가 간과했던 그림이 그려지는 바탕에 주목한 것이었다.

그린버그의 '회화의 평면성'은 당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탄생을 칭송하면서 대두된 논리였다. 물론 워홀을 비롯 리히텐슈타인 등 팝 아티스트들은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으로 고상한 추상표현주의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당시 팝 아티스트들 역시 그린버그의 평면성 논리 자체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팝 아티스트의 '추상'에 반대한 '구상(대중매체의 이미지)'는 평면성을 따라 표현한 구상이었다고 말이다.

그 사례로 지난 2008년 삼성비자금 사건으로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Happy tears)'을 들어보자. 당시 언론들은 '행복한 눈물'의 천문학적인 가격에만 방점을 찍었지, 왜 삼성이 '행복한 눈물'을 86억 5천만원에 구매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은 만화의 한 컷을 참조한 회화이다. 리히텐슈타인이 참조한 마이크 세코스키의 만화 한 컷과 '행복한 눈물'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마이크 세코스키가 그린 만화와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은 언듯 보기에 같아 보인다. 하지만 정기자가 지적했듯이 여자의 머리색깔이 다르다(검정과 빨강). 물론 그녀들의 헤어스타일에도 차이가 있다. 만약 당신이 그녀들의 이마부분 헤어스타일을 보면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 세코스키는 여자의 오른쪽 입 꼬리를 살짝 올라가게 그린 반면, 리히텐슈타인은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려놓았다. 와이? 왜 리히텐슈타인은 입 꼬리를 은폐시킨 것일까? 그 점은 오른쪽 눈썹과 눈(꼬리)의 위치 그리고 오른쪽 얼굴선과 관계가 있다. 마이크 세코스키는 여자의 오른쪽 눈썹 끝과 눈(꼬리)는 오른쪽 얼굴선과 일정 부분 거리가 주어지게 그려놓았다. 따라서 우리는 마이크 세코스키의 여자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것으로 느낀다.

하지만 리히텐슈타인은 여자의 오른쪽 눈썹 끝과 눈(꼬리)을 오른쪽 얼굴선과 만나게 해놓음으로써 어색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왜냐하면 눈썹과 눈 그리고 코 또한 입은 정면을 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얼굴선은 오른쪽 측면을 향하게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와이? 왜 리히텐슈타인은 정면과 측면을 함께 그려놓은 것일까?

마이크 세코스키는 입체를 평면으로 옮겨놓으면서 원근법을 사용한 반면, 리히텐슈타인은 '평면'을 강조해 놓았다. 이를테면 원근법에 익숙한 당신은 마이크 세코스키의 여자 포즈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반면, 당신은 원근법을 거부한 리히텐슈타인의 여자 포즈를 어색하게 느끼게 된다고 말이다. 따라서 마이크 세코스키의 만화는 서양미술사에서 말하는 '회화의 평면성', 즉 '회화는 평평한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셈이 된다.

전통적인 회화는 손맛(붓 자국)에 의해 표현되지만, 리히텐슈타인은 손맛을 배제하고 마치 기계적 반복처럼 일정한 점들로 이미지를 표현해 놓았다. 와이? 왜냐하면 리히텐슈타인에게 회화는 평평한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만화가 회화로 전이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린버그의 눈에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은 좋은 작품이 되기에 '2%' 부족해 보였다.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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