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여행
아들과의 여행
  • 이지효 기자
  • 승인 2018.08.02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세이] 김윤희 수필가
사진. / 김윤희 수필가 제공

다낭, 이름이 주는 뉘앙스 때문인가 왠지 순수한 낭만이 넘칠 것만 같아 여행 가방을 챙기는 내내 설렌다. 어쩌면 아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어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입구라는 뜻을 지닌 만큼 아름다운 해양 휴양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한편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최대 군사기지가 되기도 했던 아픈 역사를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월남 파병', '베트콩'. '사이공'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단어와 함께 우리나라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는 나라다.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을 터이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여전히 불가분의 관계로 오가고 있다.

한국에서의 다문화 가정 분포도를 볼 때 베트남 이주 여성이 그 어느 나라 보다 많다. 내가 몇 년 전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러 다닐 때에도 단연 베트남 여성이 많았다. 현재 진행 중인 수필교실에도 중국과 베트남 출신이 수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니 베트남은 내게 또 다른 의미로 친근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실제 여행을 떠나기 전 베트남 친구들에게 다낭이 고향과 가깝냐고 전화로 물었더니 대부분 그들의 친정과는 비행기를 타야 할 만큼 멀지만 모두들 자기네 나라를 여행한다 하니 퍽 반긴다.

그렇게 친척집 여행하듯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다낭은 내게 생각한 것만큼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름다운 해안가를 거닐며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 고운 모래를 즐기러 나선 길이었다면 이국적인 풍광에 흠뻑 빠져 낭만의 여행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휴양의 일정은 먼 발치서 맛보고 시가지와 유물 유적을 찾았으니 5천년, 우리의 장중한 역사문화에 비해 빈약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가는 곳곳에 새로이 공사 중인 곳이 눈에 많이 띈다. 여행객을 위해 마련해 놓은 볼거리도 졸속으로 이루어진 듯한 부분이 많다. 한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요즈음 한국에서의 해외여행 순위로 앞 손가락에 꼽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냥 관광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따르는 패키지여행이라서 그런지 베트남의 고유의 정서가 그다지 와 닿지를 않는다. 애써 다시 생각해 보면 여행의 목적과 관점에 따라서 그 느낌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 싶기도 하다

본래 부부동반 모임에서 이루어진 여행이라 개인적으로 고른 장소는 아니었다. 남편이 함께하지 못할 사정에 의해 갑자기 아들이 대신 동행하게 된 것이다. 장소야 아무려면 어떠랴 했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지 않던가. 아들과 함께 한다는 게 내게는 더 큰 의미를 준다. 다 큰 아들이 엄마를 따라 나서 준 것이 고맙고 신통하다. 일일이 제 어미를 챙겨주는 것이 남편보다 낫다. 일행 안에서는 모두의 아들이 됐다. 특히 여인네들은 '아들과 함께하는 엄마의 여행' 말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를 보낸다. 언제 또 다시 이러한 기회가 오겠는가. 결혼하기 전까지만 내 아들이지 그 이후에는 그 애도 누군가의 남편, 누구의 아비로 떠나 보내야할 아이이기에 이번 여행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여정은 어느새 투본강 코코넛 햇 투어에 이른다. 한국의 트로트 가요가 귀청을 찢는다. 바구니 배로 통하는 작은 배에 둘씩 태우고 노를 저으며 나가는 현지인 젊은이들이 왠지 애잔해 뵌다. 이글거리는 햇빛에 새까맣게 절은 젊은이들이 뱃머리에서 온 몸을 뒤흔들어댄다. 함지박만한 배를 띄워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던 베트남의 작은 마을의 모습을 보여 주고자 시작되었을 터인데 온통 한국가요에 막춤 판을 벌이고 있다. 배마다 각자 음향 시설을 갖추고 제멋대로 틀어대어 음이 서로 엉기고 부딪쳐 고즈넉한 강 물살을 어지럽히고 있다. 넓은 강 복판에 이르러서는 작은 바구니 배를 모두 모이게 하고 한 사람이 가운데에서 현란한 몸짓으로 묘기를 부린다. 여행객 몇몇이 흥에 겨워 노 끝에 1달러씩 붙여 준다. 쉴 새 없이 몸을 뒤채며 물에 젖은 달러를 거두어들이는 모습이 눈물겹다. 저들에게 꿈이란 어떤 것일까. 베트남의 전통 모자를 쓰고 바구니배에 앉아 한국 가요에 열광하는 저들은 또 누구인가. 뒷맛이 쓰다.

김윤희 수필가
김윤희 수필가

아들도 말이 없다. 저 보다 어려보이는 이국의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차마 의견을 나누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지금 저 젊은이 또래의 앳된 베트남 여인들이 한국인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살고 있다. 그들에게 아오자이와 국화인 연꽃이 표상하는 하얀색에 그리고 싶은 꿈은 어떤 것일까.

여행을 통해 본 다낭은 그래도 꿈을 향해 비상하려는 젊음의 열기가 느껴지는 도시이다. 젊음은 그 자체가 희망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