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전운이 걷히면서 북한 핵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종전 북미 대화를 주장하던 북한이 고집을 꺾고 다자간 협의를 수용한 것이다. 아마도 이라크전에 북한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이러다간 북한이 미국의 제2 공격 목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국제사회에서 팽배해 온 것도 사실이다.
 대량 살상무기 보유를 빌미로 이라크를 초토화시킨 이라크전은 명분없는 싸움이라는 국제 여론과 반전 시위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었다. 여기에 비하면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면서 핵개발에 몰입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제재나 직접적인 공격은 전쟁의 정당성을 얻는데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북한도 이러한 상황을 감지하였는지 핵문제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보다 유연하게 바꿔놓고 있다. 북한과 미국, 중국은 오는 23일 베이징에서 이른바 3자회담을 열기로 했다. 벼랑끝 외교에서 한발짝 물러난 북한의 태도를 볼때 종전보다 진일보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반도 분쟁의 당사국인 한국이 여기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할 경우 첫번째로 위협을 받는 당사국은 한국인데 어째서 우리를 배제하는지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3자회담이 불만족스럽기는 하나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우리는 우선 3자회담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첫 단추가 잘 꿰어져야 그다음 단추도 순서대로 꿸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주변 국가들에게도 민감한 사항이 된다.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전례에서 보듯 일본은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
 일본은 북핵문제와 더불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할 조짐이다. 북한의 맹방이라고 하는 중국측에서도 북한의 핵 개발은 달가울리 없다. 이때문에 중국은 북·미간의 입장을 조율할 중간자적 태도를 취할 공산이 크다.
 북한의 핵개발이 국제적인 문제임에는 틀림없으나 한반도의 운명이 주변 강대국에 의하여 좌지우지되는 역사의 아픔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당당한 주권국가인데 핵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들러리가 되고 있다.
 앞으로 북핵문제는 3자회담 체제로 계속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은 3자회담이 북핵문제를 푸는 상견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한국을 필히 포함시켜야 한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이 됐든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됐든 6.25전쟁 당사국인 한국은 당당히 참여해야 하고 또 이 회담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햇볕정책이라는 대북관(對北觀)아래 얼마나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해주었던가. 식량및 비료지원과 더불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대북지원은 북한의 기근 해결과 더불어 핵개발 문제와도 직, 간접적인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서 우리를 배제시키는 것은 남북경협과 민족통일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외면하는 처사나 다를바 없다. 핵개발과 전쟁의 먹구름은 우리 스스로가 걷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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