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종시(시장 이춘희)는 세종시 탄생과정 및 출범과 관련, 수집한 기록물을 오는 29일부터 '세종시 탄생과정 기록관'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청 1층에는 전시장을 마련해 시민들이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세종호수공원 전경. 2017.06.27 / 뉴시스
세종시(시장 이춘희)는 세종시 탄생과정 및 출범과 관련, 수집한 기록물을 오는 29일부터 '세종시 탄생과정 기록관'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청 1층에는 전시장을 마련해 시민들이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세종호수공원 전경. 2017.06.27 / 뉴시스

[중부매일 열린세상 김현진] 세종시가 건설되고 있을 무렵, 청주 인근에 '행복도시'가 건설된다고 해서 정말 이름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행복은 누구나 아는 그 행복이니까 도시 전체가 행복도시로 설계된다니 그 도시에 살면 행복해 질 것 같았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 말이 '행복(happiness)'의 행복이 아니라 '행정중심 복합도시'의 행복이었음을 알았을 때 무딘 감각을 원망하며 살짝 실망했었다. 그 덕에 최근 읍면동 주민센터가 '행복센터'로 바뀌는 것은 '행정복지센터'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어찌됐든 주민센터가 주민 생활 중심의 행복한 센터가 된다면 그 일에 적극 찬성하는 바이다.

사실, 주민센터가 주민을 위한 행복센터로 바뀌는 것은 이미 철지난 설명이다.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복센터에 맞춤형 복지팀이 조직되었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직접 찾아가 개인별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복지를 위해 주민센터가 아무리 움직이고 찾아나서도 삶이 힘든 사람들은 스스로 생을 포기하고, 강자와 약자 사이에 끊임없이 학대 사건이 발생한다. 주민센터의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자원으로 전체 주민을 돌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복지는 전체 국민의 복지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위기 가정에 대한 공공부조에 집중하는 상황이고 이마저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그래서 생겨난 조직이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다. 주민의 사정을 잘 아는 동네 사람으로 협의체 위원을 조직하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나서면서 일부나마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있다. 협의체 위원들의 활동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발생할 정도로 활발한 곳은 자체 기금을 조성하기도 하고 위원들 간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도 하면서 행복한 동네를 만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복지를 어려운 이웃의 문제, 남의 문제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이웃을 위해 노력하는 협의체 위원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주민들 스스로 동네의 문제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께하는 노력에 대해 여민동락 공동체 강위원 대표는 그것을 '주민력'이라고 표현했다. 주민이 힘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민센터가 동네 문제를 해결해 주던 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일 좀 할 만하면 담당공무원이 떠난다' '새 담당자가 올 때마다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현장과 주민들의 볼 멘 소리는 여전하다. 앞으로도 이는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담당공무원이 누가 오든 주민들이 알아서 동네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자원이 관 중심으로 있을 때는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자원이 온 동네에 펼쳐져 있다. 굳이 주민센터가 아니어도 십시일반 주민들 스스로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물론, 정부 정책이나 법적 지원은 당연히 주민 센터의 몫이지만 생계비만으로 살 수 없는 세상에 이웃의 관심과 지지는 또 다른 힘을 키워준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공무원은 떠나도 주민은 남는다. 주민 스스로 힘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공공이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자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드러난 한계에 한탄만 하지 말고 새로운 힘을 길러보자는 뜻이다. 그 힘이 읍면동 협의체를 통해 키워질 수도 있고 동네에 있는 복지관을 중심으로 자라날 수도 있다. 주민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당연히 공공이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러려면 읍면동 맞춤형 복지 팀도 주민들 못지않은 자원과 정보를 갖추어야 한다. 주민의 힘이 모이고 그 힘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 자연스레 공동체가 회복될 것이다. 그러면서 행정복지센터는 그야말로 행복한 센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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