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신설된 자영업비서관에 인태연 한국 중소상인 자영업자 총연합회장을 임명했다. 인태연 자영업 비서관은 더불어 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부평 문화의 거리 상인회장 등을 지냈지만 그 이전에는 '장사꾼'이었다. 거의 30년간 인천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그릇도 팔고 옷을 팔았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애환(哀歡)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다. 청와대가 그를 발탁한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자영업 비서관 신설을 발표하면서 "규모가 600만 명이 이르는 자영업을 기억과 노동으로만 분류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독자적인 산업영역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만큼 정부가 최저임금 과도한 인상으로 '생존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는 자영업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통행 식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행한다면 자영업비서관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식 전시용 직책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업종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고시(告示)를 관보에 게재한 이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재심의가 묵살되면서 올해와 내년을 합쳐 최저임금이 29%가 오르게 된 것이다. 이는 서민경제 파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최저임금을 16.4%나 급격하게 인상한 올 상반기 임시·일용직 일자리는 1년 만에 20만개나 감소했다. 또 정부 공식통계상 작년에 32만 명 늘었던 취업자 수는 올해 18만 명으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1분위 가구소득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비 진작은 커 녕 경제전반의 활력을 위축시키고 고용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명된 인태연 자영업비서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이 단체의 전신인 전국을(乙)살리기 국민운동본부'시절부터 그의 행보로 볼 때 청와대 정책과 코드를 맞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진솔하게 전달할지 의심스럽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인들의 생존권 박탈을 우려할 때 인 비서관은 "최저임금 인상이야말로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또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와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지적해왔다. 자영업자가 힘든 것은 대기업의 횡포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의 친노동적인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인식이라면 자영업비서관 신설이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소상공인들의 절규가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달돼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성명에서 "소상공인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 소상공인들에게 불평등한 현행 최저임금 제도의 개선 등을 위해 소상공인들과 소통하며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당부 한다"고 주문했다. 적어도 자영업비서관이라면 정부정책보다는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인 비서관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문 대통령과 자영업자간 긴밀한 소통창구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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