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을 조기종전으로 이끌면서 한껏 기세를 높이고 있는 미·영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제공격의 시대’를 선포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지난 28일 카타르 미 중부군 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테러범들과 테러국가들의 공격을 미리 추적해 공격을 막아야 하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과거와 다른 21세기의 혁신적인 과제’로서 “테러범들을 찾아내 방어하고 이들의 공격을 예방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 8일 덴마크 한 연구소에서 연설을 통해 선제공격의 보편화를 언명한 바 있다. 이날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WMD)를 국제사회의 중대 위협요소로 꼽은 그는 “WMD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 중 이를 획득하려는 야심을 갖는 국가가 있다”면서 “이로 인한 위협이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미리 결정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련의 ‘선제공격 시대 개막’ 선언은 부시독트린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특히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지와 사상 최대규모의 세계적 반전시위에도 불구하고 감행된 이라크전 승리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신보수주의 연구집단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가 내놓은 개념을 부시 대통령이 수용, 부시독트린으로 이름붙여진 선제공격 개념은 “상식과 자위의 원칙에 따라 고조되는 위협이 완전히 형태를 갖추기 전에 군사 행동을 개시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이는 2차대전 후 전쟁 억지에 초점을 두어왔던 방어적 공격원칙에서 적극적 공격으로 안보전략을 전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부시독트린을 바탕으로 예방적 차원의 선제공격까지 유엔헌장에 규정된 정당방위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며 이라크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선제공격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가공할 군사력을 바탕한 이라크전 승리를 자신들의 선제공격 개념의 정당성을 입증한 사례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라크전 승리가 부시독트린의 군사적 일방주의와 모험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반전을 외쳤던 전세계 평화애호인들의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선제공격 시대’ 선언은 무엇보다도 한반도 7천만 민중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지난 해 작성된 미 국방부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대상국가 7개국에 북한이 들어있으며,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문제 해결이 어려울 경우 선제 제한정밀공격의 가능성 또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3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핵 선제공격 대상 지정을 비핵화선언 백지화 행위로 규정, 북핵문제의 유엔회부시 비상행동을 천명함으로써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행보가 더 한층 현명하고도 신중해져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선제 공격 시대’는 분명 한반도 민중의 생존과 번영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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