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때 누군가 자신을 밀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기분이 들었다. 늦은 밤이라 병원 복도와 엘리베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여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는 것이다.' (이수광, 엘리베이터의 유령, 바로북)
 엘리베이터를 소재로한 등골이 오싹한 소설이다. 비록 픽션이기는 하나 고층건물과 더불어 승강기의 보급이 날로 늘어나는 시점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20여년전 청주에서 연극 '엘리베이터'가 공연된 적이 있다. 현대인의 폐쇄 공포증과 물질문명의 폐해를 비수처럼 지적한 연극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에게는 누구나 폐쇄 공포증이 있다.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갇혀있으면 누구나 답답함을 느낀다. 엘리베이터라는 한정된 상자안에 들어가면 도착점에 빨리 이르고 싶다. 별로 달갑지 않은 공간이지만 현대생활에서 엘리베이터는 좋든 싫든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버릇없이 뛰고 아무 버튼이나 마구 눌러대는 아이들을 보면 밉쌀스럽다. 여러명이 타고 있는데 그 아이로 인해 승강기가 고장이라도 나면 어쩔 셈인가. 한번은 아이의 장난을 혼내주었더니 아이의 어머니가 눈을 흘겼다. '아이들 장난인데 뭘 그걸 가지고...'
 엘리베이터는 우선 사용자의 안전의식이 앞서야 한다. 몇년전, 이삿집 센터에서 고가 사다리를 이용해 이사를 해준다고 해서 그렇게 믿었더니 이게 웬일인가. 이삿집 센터는 갑자기 고가 사다리가 고장이 났다며 엘리베이터로 짐을 날랐다. 계약 위반이라고 따져도 막무가내였다. 결국 그 이삿집 센터는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말았다.
 여러사람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에서는 서로가 매너를 지켜야 한다. 그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무뢰한은 없어졌어도 서로 밀치거나 소란을 피는 행위는 자주 발견된다. 성질 급한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자 마자 닫힘 버튼을 누르는데 이로 인한 에너지 낭비가 상당하다. 오름, 내림 단추를 숫제 발로 누르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다음은 승강기 관리업체의 몫이다. 매월 1회 이상의 점검을 반드시 실시하고 승강기에 사람이 갇히거나 고장이 났을때는 지체없이 출동, 구조하는 시스팀을 갖춰야 할 것이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들어 3월말까지 고장 등으로 승강기에 갇혀 구조한 사람은 112명으로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55.6%나 증가했다고 한다.
 실제로 승강기에 갇혀본 사람은 구조되기 까지의 시간이 삼추(三秋)같다고 토로한다. 갇혀 있는 시간이 30분이라면 체감 시간은 3시간도 넘는다.
 문명의 이기(利器)는 잘 사용하는 사람한테만 그 혜택을 준다. 올바로 사용치 않으면 되레 흉기가 되고 만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현대인들 중에 상당수가 승강기를 회피하고 계단을 이용한다고 한다.
 운동겸 에너지도 아낄겸 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노약자나 장애자는 어쩔 수 없이 승강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승강기는 23만여대에 이르고 해마다 2만대가 늘어나고 있다.
 엘리베이터 공포가 없는 안전운행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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