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대한 추억은 학창시절부터 가득 넘친다. 수학여행 당시 부산항에서 아리랑호를 타고 제주도엘 갔다.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부산항은 젊은이들에게 진취적 기상을 심어주는 꿈의 출항지요,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자맥질을 하는 갈매기떼는 '부산 드림'의 또다른 변신이다.
 신혼여행도 이곳으로 갔다. 해운대 고운 모래밭을 사각사각 밟으며, 태종대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신혼의 단꿈을 꾸었고 인생을 설계했다. 아직도 그 추억의 조각들은 부산 앞 바다에 둥실 떠있고 모래밭에 묻혀 있다.
 어릴때 부터 듣고 부른 부산항에 관한 노래들은 부산을 한국의 홍콩이나 나폴리로 가꾸는데 한몫을 했다. '잘있거라 부산항' '돌아와요 부산항에' '부산 갈매기' 등은 아직도 노래방에서, 운동 경기장에서 관중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여름이 되면 해운대, 광안리 백사장에서 알몸의 축제가 벌어지고 얼마전 부터는 '부산 국제영화제'가 해마다 열려 한국의 칸느, 한국의 베니스를 지향하고 있다. 햇빛이 모래밭으로 쏟아지고 각국의 스타가 모여 드는 부산은 태양과 별의 도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부산을 동북아 최대의 물류기지로 조성하고 있다. 일제의 강점시대에 부산~시모노세키를 오가는 관부 연락선이 이별의 눈물을 뿌리며 출항하던 그곳이 이제는 동북아 경제의 중심 항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판이다.
 부산은 한반도의 숨구멍이다. 그런데 며칠전 부터 그 숨구멍이 답답해지고 있다. 다름아닌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다. 부산항 부두는 컨테이너가 초만원을 이루고 뱃고동 대신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요란하다.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운송거부 사태는 즉각적으로 물류대란을 가져오고 있으며 바다가 없는 청주지역에서도 타격이 심하다.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화물트럭은 길가에서 낮잠을 자고 국가의 운송망은 혈전증을 앓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보장돼야 할 것이나 국가의 동맥과 같은 운송시스팀을 마비시키면서 까지 극단적 방법을 불사하는 이번 파업에 대다수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배는 떠나야 하고 트럭은 달려야 한다. 이 틈바구니서 환적을 해야할 선박이 부산항을 떠나 중국 상하이 등지로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그동안 입은 피해액만도 수억달러요, 청주권의 생산업체 피해도 수백만 달러를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그 타개책을 내놓아야 한다. 양측의 대결구도 속에 우리 경제와 대외 신인도는 곤두박질 치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고 부산항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전국적으로 파급된다면 우리의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노동자들의 크고 작은 파업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수출입국을 지향하는 시점에서 도에 넘친 파업은 결국 너와 내가 함께 공멸하는 것이다.
 부산항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렸으면 싶다. 컨테이너와 크레인이 활발히 움직이고 '부산 갈매기'의 응원소리가 지축을 울리며 신혼부부가 태종대에, 해운대에 추억의 발자국을 연이어 찍는, 그런 모습의 부산항이 그리운 것이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고 연인과 모래밭이 만나며 화물트럭과 컨테이너가 다시 만나는 한반도 제1의 항구 도시, 활기찬 부산의 제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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